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2년여 전 《MB의 비용》을 기획했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가 이번엔 ‘MB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방법을 제시한 를 펴냈다. 공교롭게도 지은이가 이 책의 서문을 쓰는 날 아침(3월14일) MB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으니, 그 시기가 절묘하다고 할 수 있다.
뇌물·횡령·배임 등 MB가 저지른 범죄야 수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고 4대강 사업, 부자 감세로 인한 후유증 등으로 MB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를 끼쳤는지는 전작에서 집계된 바 있다. MB 처벌은 일단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두고 눈길을 미래로 돌려보자. “어제의 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를 부추기는 것”(알베르 카뮈)이지만, 과거와 실질적으로 결별하는 것은 오늘의 성찰을 내일의 설계로 이어가는 것일 테니까.
이 책은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 기자였고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출입기자·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기자가 묻고 유 교수가 답하는 형식이다. 권 기자는 현실적 질문을 던지며 유 교수에게서 명쾌한 답변을 길어올린다.
박정희 개인은 39년 전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정치적 계승자인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마저 구속됨으로써 박정희 시대는 끝난 듯 보인다. 그러나 유 교수가 보기에 투자마약, 환율마약, 빨리빨리마약, 찍기마약 등 박정희 ‘체제’를 이끈 4대 마약을 끊는 일이 아직 남았다. 4대 마약은 특히 MB가 애용한 것이기도 하다. MB는 투자의 중요성을 외치며 기업에 특혜를 줬고,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살 수밖에 없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내수시장의 위축에도 굴하지 않고 고환율 정책(원화 약세)을 유지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의 경제 규모를 이룰 거라고 장담하며 빨리빨리 성장의 헛사례에 747공약을 추가했다. 정부가 특정 기업과 분야를 찍어서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고스란히 계승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자본투자 우선주의, 수출 의존, 단기 성장주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끊어야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저성장·저출산·고령화·양극화 등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주도형 성장 체제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려면 자본이 아니라 사람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무조건 ‘하면 된다’에서 벗어나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실험을 존중하는 ‘백화제방, 백가쟁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람 중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집행에선 좀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령 최저임금을 16.5% 올리는 정책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일자리 안정기금이 왜 사용자·노동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는 기대만 의식해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있으니 이것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없다는 점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주현 문화부 기자 edigna@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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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