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세상에 나온 뒤, 독자로서 내가 변하는 것을 느낀다. 나의 여러 정체성 중 부모의 정체성이 점점 중심에 자리잡고, 그러다보니 읽는 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림책에 대한 관심은 연초(제1194호)에 이야기한 적 있지만, 또 한 부류가 육아서다. 아이의 밥은 언제 먹이고, 잠은 언제 재우면 좋은지, 어떤 음식은 언제부터 먹여도 되는지, 열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나를 깨달을 때마다 책의 도움을 받는다.
역으로, 딱히 육아서로 구분되지 않는 책도 육아서로 읽는 일이 생긴다. 최근에 읽은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펴냄)이 바로 그런 책이다. 무엇보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아이를 때리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었으니 이보다 좋은 육아 지침서가 있을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체벌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받음.” 아이들이 표현한 40개 넘는 단어 중 ‘미안’이나 ‘반성’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고 한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어른 중심의 생각일 뿐, 아이들은 정서적 피해만 입는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폭력은 나쁘지만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는 분위기에서 컸는데, 이제는 사랑의 매도 안 된다고 외칠 때가 된 것 같다.
아이가 돌 좀 지났을 때다. 밥 먹다 식기들을 마구 집어던지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순간 흠칫하며 재빨리 손을 숨겼지만, 누군가 옆에서 그런 건 때려서라도 제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면 어땠을까. 때릴 뻔한 건 그때뿐이었지만,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똥 묻은 채 온 집 안을 헤집고 다닐 때, 엄마나 아빠를 마구 물어서 아프게 할 때, 소리 질러 윽박지르기 일쑤다. 뭔가 아이가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내가 많이 무지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선지 책에 소개된 스웨덴의 사례가 더 반가웠다. 스웨덴 정부는 1979년 체벌금지법을 통과시키며 대대적 캠페인을 함께 벌였다. 체벌금지법의 내용과 함께 체벌 대신 쓸 수 있는 훈육 방법을 설명하는 16쪽짜리 설명서를 자국어와 이주민들의 여러 언어로 만들어 아이가 있는 전국의 모든 가정에 배포했다는 대목에선 바로 이런 게 정부가 할 일이구나 싶었다.
물론 이 책에 체벌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관점의 문제부터 복지의 많은 부분을 가족이 떠안는 현실의 문제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를 두루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문제의식은 더 분명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길도 선명해진다. 부모가 될 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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