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어수 감어인’(勿鑒於水 鑒於人). ‘물에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라’. 문학비평가 이명원(47)의 연구 태도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을 뛰어넘어 보편으로 나아가는 사유의 단초다. 문학연구자로서 지난 수년간 그에게 “정삼각형의 꼭대기에는 문학이, 하단 좌측에는 오키나와가, 우측에는 시민교육이라는 탐구 대상이 있었다”. 여기에 보편이라는 사유의 벡터(방향성)를 덧붙이면 더 좋을 것이다.
지은이가 10년 만에 단독 저서로 낸 (삶창 펴냄)은 부제 ‘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가 드러내는 바, 한국과 오키나와를 “두 개의 타원 혹은 마주 보고 있는 거울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1부에서는 “오키나와의 역사·문화·정치 등을 한국과의 교섭·비교섭사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논의를”, 2부에선 “식민주의와 기억투쟁의 문제”를 다루면서 “동아시아 역내에서의 호혜적 평화공존은 가능한가”를 묻는다. 1·2부 글들이 논문 체제를 갖추고 있다면 3부는 좀더 읽기 수월한 현장비평에 해당한다.
특히 지은이는 문학 전공자답게 오키나와 현장답사에 공을 들였다. “대화를 통한 혹은 문화적 접촉과 감정이입, 그것의 성찰적 음미를 통한 감각적 구체화를 통과해야만, 나는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부를 먼저 읽고 1·2부를 펼치는 게 독자로서 부담을 덜 수 있을 듯하다.
책의 핵심은 오키나와-제주의 역사가 아프게 증언하는 ‘희생의 시스템’을 ‘저항의 시스템’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데 있다. 저항의 시스템이 가리키는 나침반의 방향은 단 하나, ‘평화공존’이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일관된 견해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민중들은 수탈·착취당하면서도, 체제 변혁이나 이행에 대해서는 명료한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형태의 가시적·비가시적 형태의 저항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두 국가(한국과 일본)는 표면적인 대립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이면에서 미국 패권과 신자유주의 체제의 유지·보존을 위한 국가 간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위로부터의 동맹’은 강화되는 반면 ‘아래로부터의 연대’는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오키나와를 통해서 우리가 상기해야 될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동아시아 역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아닐 수 없다. 뜻있는 시민들의 국지적이고 지구적인 고민과 행동이 긴박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에서 분쟁과 대결의식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처가 필요하다. 첫째는 적대적인 상황에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이다. …둘째는 오키나와의 비군사화를 통한 미·중, 중·일 간의 적대감 혹은 긴장감의 해소다.”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 지은이가 딛고 선 관점이다. 내 민족 네 민족 따위 틀을 버리고, 네 민족을 내 민족이 잡아먹는 식민주의에 결연히 반대하는 태도. 그것의 종착역이 평화공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막다른 골목(아포리아)을 뚫고 연대하자고 지은이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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