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66)은 ‘열차의 사유’를 보인다. 열차는 객차 그리고 객차와 객차를 잇는 ‘사이’로 짜인다. 다수가 안락한 객차에 앉아 있을 때, 서경식은 객차 바깥으로 나가 소음과 바람을 듣고 맞으며 사유한다. 그것은 고되고 고독한 일이다. 흔들리는 자리에 서서 그는 사유한다. 진실은 바로 그 ‘사이’에 있다고.
(나무연필 펴냄)는 서경식이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한 글 9편을 묶은 책이다. 직접적으로는 “일본 지식인들, 그중에서도 진보 또는 좌파로도 불렸던 ‘리버럴’파 지식인들”을 겨냥해 쓴 글이다(부제 ‘퇴락한 반동기의 사상적 풍경’). ‘일본’에 관한 글을 한국 독자도 읽어야 할 이유를 그는 명확하게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일본의 ‘애매함’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거울상처럼 반전되어 조선 민족 내부에도 침투해 있다. 일본의 애매함을 안다는 것은 ‘일본’이라는 현상을 역사적 문맥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그 부정적 측면을 극복한다는 의미다.”
일정한 체제를 갖춰 쓴 논문이 아니므로, 책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산만해 보인다. 그러나 산만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편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곳곳에 ‘사유의 간이역’이 있다. 몇 가지만 추려본다. 간이역을 지날 때 우리는 종착역을 생각한다. 개념의 징검다리다.
위안부. “‘위안부’ 문제는 (…) 사회변동의 벡터가 역방향으로 교차하는 과정에서 부각된 사안입니다. 말하자면, 끝까지 ‘원칙’을 지키면서 민주화를 쟁취한 한국과 살아남기 위해 하나둘 ‘원칙’을 포기해가고 있던 일본 진보 세력이 ‘위안부’ 문제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된 것입니다.” 원칙을 버리면 다 버리는 것이다.
누에적 상태. “‘누에적’이란 ‘붙잡을 데가 없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킵니다만, 그것은 헨미 요( 지은이)에 따르면 ‘되어가는 대로 내맡기기’와 ‘몰주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것입니다.” 떠맡기지 말고 스스로 움켜쥐고 생각하기.
응시. “우리의 시대는 어둡고, 그것이 우리 자신의 책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둠을 응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납니다.” 눈감으면 세상은 끝내 어둡다.
정저지와(井底之蛙)가 되지 않기 위한 ‘열차의 사유’는 무엇인가. 우물 안 개구리 꼴을 면하려면 우리는 객차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것을 서경식은 헨미 요의 사유를 빌려 전한다. “형장에 들어가볼 수 없다면, 하다못해 최대한의 상상력이라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반신이 경직될 정도로. 그렇게 해서 저자(헨미 요)는 우리 대다수가 보지 못하는 것, 보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것에 눈길을 주려 한다. 아니 보고도 보지 않은 척하는 태도 그 자체를 문제 삼는다. 이를 나는 잠정적으로 ‘육박(肉薄)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육박은 ‘바싹 가까이 다가붙는 것’이다. 어디로? 진실로. 어떻게? 사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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