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도토리마을 방과후 집들이에 참여해 이벤트를 선보였다. 김성훈
백일이 지나며 도담이도 코에 바깥바람을 자주 넣을 수 있게 됐다. 날이 무더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집 밖을 나가면 한 무리의 동네 꼬마들이 유모차로 우르르 몰려온다. 공동주택 2층에 입주한 ‘도토리마을 방과후’를 다니는 아이들이다.
성미산 마을이 자랑하는 공동육아는 운영 방식만큼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학부모가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보태 공간을 만든 뒤 선생님을 구하고, 유기농 간식거리를 준비해 제공한다. 아이들 40여 명이 학교를 마친 뒤 이곳에 들러 엄마나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낸다. 성미산에 올라가 풀과 꽃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달리며,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단체 줄넘기도 한다. 선생님 수가 보통 어린이집보다 훨씬 많고, 학부모가 직접 운영하는데다 아이들이 함께 자란 사이라서 부모로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어쨌거나 도담이가 ‘빠방’(우리 부부와 도담이 사이에서 통용되는 외출의 다른 말)하러 나오면 아이들이 몰려와 관심을 보인다. 그때마다 아내와 나는 “도담이 눈은 만지면 안 돼”라고 아이들을 자제시킨다.
아이들 중 도담이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는 꼬마가 있다. 앞집 사는 10살 가현이다. 앞집은 마당 넓고 정원 있는 2층 양옥집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멍멍 짖는 충견 브라우니가 지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이사 왔을 때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건축법상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지만, 가현이네 의 배려 덕분에 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되어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도토리마을 방과후에 다니지 않는데도 집이 코앞이라는 이유로 공동주택에서 아이들과 매일 어울리던 가현이가 “도담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부탁해왔다. 도담이가 땅에 떨어질까 걱정돼 가현이를 집에 데려와 안게 해주었다. 자신의 공언대로 가현이는 도담이를 잘 안았고, 잘 재웠다. 이후에도 가현이는 여러 번 집에 와 도담이를 보았다.
매일 보는 익숙한 마을 풍경이지만 어린 시절을 가정주부인 어머니 밑에서 컸고 동네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이 거의 없는 탓에 부모들이 돌아가며 여러 아이를 돌보는 공동육아는 여전히 생소하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기 순번을 받기 위해 치열한 어깨싸움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무언가를 해주기 기다리기보다 공동육아 같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빠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7월1일, 아내는 도토리마을 방과후의 집들이에 참여해 꼬마들 앞에서 준비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집들이는 온 동네가 시끄러워질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동네 언니, 오빠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도담이도 데려가려 준비했으나 집들이 직전 낮잠을 자는 바람에 아쉽게 함께하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을 키우는 걸 보면서 도담이도 공동육아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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