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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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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아주 오래된 농담

혁명가의 혁명기, 트로츠키의 <러시아 혁명사>
등록 2017-05-28 15:45 수정 2020-05-03 04:28

예측 가능한 시기에 전통적 의미의 혁명이 가능할까? 공산주의마저 상품화해버린 가공할 첨단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혁명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은 아주 오래된 농담을 듣는 일처럼 무료하다. 그러나 100년 전,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유럽의 가난한 변방 국가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성공했을 때 그 붉은 물결은 이내 지구라는 행성을 물들일 것처럼 기세등등했다. 전세계 젊은이들은 ‘레드플래그’의 낫과 망치에서 옛 체제의 명줄을 끊고 새 세상을 건설할 무기를 얻었다.

러시아 혁명 100년을 맞아 재번역된 레온 트로츠키의 (아고라 펴냄)는 레닌, 스탈린 등과 더불어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한 혁명가의 ‘혁명기’다.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이자 적군(赤軍)을 지휘하는 군사위원장으로 혁명에 복무한 그가 혁명의 모든 과정과 법칙을 자세히 기술했다. 원래 3권으로 집필됐지만 한 권으로 재편집된 이 책은 혁명 시기 계급투쟁의 양상, 혁명 역학, 독특하면서도 전형적인 인물 군상 등 혁명에 대한 백과사전식 서술과 함께 트로츠키 자신의 혁명관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트로츠키의 저작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1923년부터 당내 관료화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한 점을 들어 트로츠키가 권력을 장악했다면 소련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크론시타트 수병들이 1923년 3월 볼셰비키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반란을 일으켰을 때 진압 계획을 세운 장본인은 다름 아닌 트로츠키였다. 혁명의 이름으로 테러를 정당화하고 노동조합을 국가에 종속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던 트로츠키야말로 스탈린주의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에서 사회주의가 도래한다”고 믿었던 트로츠키는 동갑내기 스탈린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뒤, 먼 멕시코 땅에서 스탈린이 보낸 암살자에게 처참하게 살해(1940년)된다. 죽기 직전 그가 남긴 “인생은 아름답다”는 유언은 동명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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