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먹다. 문학비평가 김현(1942~90)의 고백. “남은 일생 내내 써먹지 못하는 문학은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신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께 내 나름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만 그러하랴. 수학도 만만치 않다. ‘미분·적분 문제 풀어서 어디에 써먹느냐’는 학생들의 볼멘소리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시집·소설집이 법전이 아니어서 실용성이 없는 듯 보이는 것처럼, 수학책 또한 공무원 수험서가 아닌 탓에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그것이 편견 또는 단견이라고 주장하며 수학의 가치를 설명하는 책들은 그동안 숱하게 출판됐다. (조던 엘렌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도 그중 하나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수학교수인 지은이는 이렇게 설득한다. 가상으로 설정한 학생에게 건네는 말로. “수학을 아는 것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겉모습 아래에 숨은 구조를 보여주는 엑스선 안경을 쓰는 것과 같아. 네가 수학의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어.”
지은이는 수학의 세계를 ‘사분면’으로 나눴다. 기준은 두 개. 단순한가 복잡한가, 심오한가 얕은가. 기준들을 조합하면 네 가지 경우가 나온다. ① 단순하고 심오함 ② 단순하고 얕음 ③ 복잡하고 심오함 ④ 복잡하고 얕음. 이 책은 ①을 다룬다. ②는 ‘1+2=3’처럼 기본적인 산술의 세계. ③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리만 가설, 괴델 정리 등 전업 수학자들의 영역. ④는 열 자릿수의 수 두 개를 곱하는 문제처럼, 해결한다고 세상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다.
이 책의 장점은 ‘손쉬운 단순화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은이가 인용한 수많은 사례는 좀처럼 요약을 허락하지 않는다. 2048년에는 모든 미국인이 과체중?, 전투기의 어디에 철갑을 덧대면 조종사 생환율이 높을까?, 왜 잘생긴 남자들은 성격이 고약한가?…. 지은이의 기발한 사례와 치밀하고 친절한 논증을 손수 따라가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일 또한 수학적 사고방식을 익히는 게 아니라 ‘간편한 공식’ 외우기에 다름없을 것이다.
‘수학 천재’인 지은이가 보기에 수학의 미덕은 불확실성과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보통 수학을 확실성과 절대적 진리의 영역으로 여긴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 그러나 수학은 또한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추론하게끔 해주는 수단, 불확실성을 완전히 길들이진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다스리게끔 해주는 수단이다.”
책에 없는 문제 하나. 이런 수열이 있다. ‘1, 3, 5, ?…’. 물음표 자리에 올 숫자는 무엇일까. ‘7’이라고 곧바로 외치지 않고, 주어진 정보가 숫자 3개에 불과하므로 ‘7’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바로 ‘틀리지 않는 법’이며 ‘수학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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