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효리씨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이효리씨는 얼마 전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을 응원하는 트위터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일부 누리꾼들에게 ‘좌효리’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밝히면서 다 같이 사회에 관심을 갖자고 말하고 돈보다 생명이 먼저라고 말하면 좌인가? 그럼 나는 좌가 맞는 것 같은데”라고 얘기했다. 그의 솔직함과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뮤지션은 드물다. 특히 대중적 인기가 많을수록 그렇다. 물론 이효리씨처럼 용기 있는 이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가수 이승환씨나 김장훈씨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사회에 알리고 있다. 고 신해철씨는 ‘사회비평가’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토론회 등에도 많이 출연하는 뮤지션이었다. 이들이 직접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면 싱어송라이터 윤영배씨는 스스로 만든 음악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다. ‘2014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윤영배씨의 앨범 에는 ‘자본주의’나 ‘망루’ 등 꽤나 직접적인 가사가 들어 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예술계 일부에서는 ‘음악은 순수한 예술 분야로 놔두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좌와 우가 심하게 갈려 서로 ‘수구 꼴통’이니 ‘종북 좌파’니 공격해대는 문화 안에서는 예술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취향을 드러낼 경우 생길 수 있는 ‘편견’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뮤지션들에게는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 그러니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비판을 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뮤지션에 대해서도 함부로 딱지를 붙이거나 깎아내릴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남편이 속한 인디밴드도 알게 모르게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이효리씨처럼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그다지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글을 써봤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함.) 가깝게는 서울 홍익대 앞 칼국수집 두리반, 콜트·콜텍의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를 위한 공연이나, 멀게는 제주도 강정마을,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공연 등을 해왔다. 2014년 마지막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공연도 한다. 이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저 높은 곳 어딘가’의 순수한 예술보다는 역사 속 인간의 ‘삶’에 더 주목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이란 결국 삶에서부터 출발해 삶 속에서 공감을 얻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런 인디 예술가들이 내민 손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2015년부터 더욱 거세게 휘몰아칠 공안 정국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대대적인 ‘좌파’ 색출 작업이 예상된다. 그들이 말하는 ‘좌파’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 ‘좌파’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예술 영역에서만큼은 그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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