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윤
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오늘도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슬금슬금 몰려오는 잠을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과 함께 사는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 살펴보라. 고양이가 앉아 있는 그 자리가 당신의 집에서 가장 아늑하고 고요하며 멍때리기 좋은 장소이니라. 어쨌거나, 그렇게 자리를 잡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찰나에 경망스럽게 울리는 종소리가 나의 꿀잠을 방해했다. 집주인이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경쾌하고 날렵하게 인터폰을 향해 달려나간다. 1박2일 동안 기다렸던 그가 왔구나. 택배 아저씨.
불쑥 내민 그 손은 오늘도 주인에게 커다란 종이 상자를 건넸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주인에게 대단한 은혜를 입은 자인 줄로만 알았다. 은혜를 아는 동물인 고양이는 고마운 상대를 만나면 성실하게 보은한다. 새나 쥐 같은, 소중한 사냥감을 물어다 조용히 놓고 가면서 마음을 전한다. 나는 밥이나마 챙겨주는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 때면 이 집구석에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주인에게 물어다주곤 한다. 내가 아끼는 말랑한 헝겊 공을 주인 앞에 가져다놓는데, 그러면 주인은 “얘 좀 봐라, 강아지인 줄 아나봐?”라고 말하며 신나게 그 공을 멀리 던진다. 그게 아니라고 인간아, 하는 수 없이 주워다 다시 주인에게 가져다놓으면 주인은 쾌활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하며 또 그 공을 얼른 집어던진다. 이 내 마음 모르는 멍청한 인간이여.
박스를 든 사나이는 어찌나 자주 상자를 가져다놓는지, 어떤 날은 네댓 개가 쌓여 현관문을 가릴 때도 있다. 그러면 인간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업인 나는 앞발 사이에 가만히 고개를 파묻으며 생각해보는 거다. 그 옛날 헤밍웨이는 물었던가. 무엇을 위해 종은 울리나. 택배 기다리는 자를 위해 종은 울린다. 톨스토이도 물었던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기 위해 산다.
땡쓰 가드 잇츠 먼데이. 매주 월요일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 없다면 이 집은 이내 택배 박스가 숨 쉴 틈 없이 들어찰 것이다. 사기 위해 사는 나의 동거인 또한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이러다 택배 박스에 파묻혀 죽을지도 몰라. 그러면 또,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 주인은 자신의 소비생활을 돌이켜보며 이런 책을 사 모으는 것이다. . 아, 제발 좀!
늘 잠이 부족하다고, 할 일이 산더미라고 툴툴거리는 주인이여,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고양이처럼 16시간씩 잘 수 있다. 사지 않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새 물건을 위해 헌 물건을 버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참견은 늘 사양하는 게 인간이지. 왜 사냐건, 그냥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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