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세계 1위라고 한다. 화장품이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은 새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면도기는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여성도 면도기를 사용해왔지만 남성의 것을 가져다 쓰는 느낌이 강했다. 여러 시도 끝에 2001년, 드디어 명실상부한 여성 전용 면도기인 질레트 비너스가 출시됐다.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렸다.
1966년 S/S 시즌, 이브 생로랑은 저 전설적인 ‘르 스모킹’ 룩을 선보였다. 여성은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에 파격적이게도 턱시도를 여성용 이브닝 웨어로 제안한 것이다. 당시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바지를 입는 것조차 금지되던 시대였다. 르 스모킹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는 배우 숀 코너리는 치마를 즐겨 입는다. 스코틀랜드 출신임을 강조하는 그는 고향의 전통의상인 체크무늬 주름치마 킬트에 니삭스를 신고 곧잘 등장한다. 패션계에서 남자가 치마를 입는 건 새로울 것도 없다. 마크 제이콥스는 2008년 그의 컬렉션에서 인사를 할 때 킬트 스타일의 콤데가르송 치마를 입고 나와 “너무 편하고 기분이 좋다. 입는 걸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드래곤도 치마를 종종 입는다.
셰익스피어는 걸핏하면 작품에 남장 여자를 등장시키곤 했다. 의 바이올라, 의 포샤, 의 로잘린드, 의 줄리아 등등. 성별을 가장할 때 생겨나는 긴장감과 재미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 드라마 중에도 등 남장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크게 히트를 친 것이 많다.
남사당은 남자로만 이루어진 놀이패다. 여자 역할은 어린 신입인 ‘삐리’에게 여장을 시켜 맡겼다. 영화 에서 장궈룽이 연기한 ‘데이’라는 인물의 실존 모델은 중국의 신화적 경극 배우인 메이란팡이었다. 그는 뛰어난 미모와 고운 음색으로 신들린 여장 연기를 했던 최고의 스타였다. 일본의 가부키는 남자 배우로만 이뤄지며 여자 역할도 남자가 한다. 반대로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효고현의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여자 배우로만 구성돼 있으며 남자 역할도 여자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슐러 K. 르 귄의 걸작 과학소설(SF) 에는 ‘게센인’이라는 지구인에서 파생된 종족이 나온다. 그들은 대부분 잠재된 남녀 양성을 가진 중성이지만 짝짓기 기간이 되면 어느 한쪽의 성이 발현되는데, 남자가 될 수도 여자가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양쪽 성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의 모습은 성이 명확히 구분된 지구인의 사회와는 어떻게 다를까? 성 구분을 넘나드는 아이디어들이 세상을 더 흥미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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