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출판계에선 논란이 일었다. 한 출판사에서 알베르 카뮈의 을 새로 번역해 내놓으며, 이전의 번역은 오역투성이였고 우리는 25년간 이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해왔다고 도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카뮈 번역의 최고 권위자인 김화영 선생을 공격했다. 논란은 활활 불타올랐고 그 출판사의 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가, 문제의 번역가가 사실 그 출판사의 대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출판사의 번역에 오히려 더 오역이 많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등 노이즈가 들끓었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출판사의 행태는 여러모로 무례했고 많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시끌시끌한 와중에 공격의 대상이던 김화영 선생은, 참 불쾌하고 때론 억울했을 법도 한데 끝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불쾌함과 억울함을 드러내기라도 했다면 노이즈에 기름을 붓는 격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겨레 자료
때론 무대응이 최선의 대응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의 에세이스트였던 로저 로젠블라트가 쓴 에는 살면서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법칙들이 유머러스하게 나열돼 있다. 그중 3번 법칙은 이것이다.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그 장엔 나쁜 일을 바로잡아보려다 일을 엉망으로 그르치고는 미국 멍청이들의 전당에 오른 자들의 사례가 이어진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경우 현실주의자는 그 일을 그냥 내버려두지만, 낭만주의자는 그 소동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쫓겨 무언가 해명을 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인터넷 생활에 대한 명심보감이 있다면 거기엔 틀림없이 “어그로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라는 금언이 적혀 있을 것이다. 건전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악플을 무시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트루먼 커포티의 책 제목 중에 (The dogs bark)라는 것이 있다. 제목은 아랍 속담인 “개들은 짖어도 마차는 간다”에서 따왔다는데, 비평가들의 악평에 투덜거리는 커포티에게 앙드레 지드가 들려준 말이라고 한다.
화가 카라바조(사진)는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추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그가 본 그대로의 진실을 그리고자 했다. 비평가들은 전통과 아름다움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비난을 쏟아부었다. E. H. 곰브리치는 에서 카라바조에 대해 이렇게 썼다. “사실상 카라바조는 너무나 진지하고 위대한 예술가였으므로 떠들썩한 화젯거리나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비평가들이 이러쿵저러쿵하고 지껄여대는 동안 그는 분주하게 작업을 했다.” 새겨둘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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