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노조 설립신고 행정소송, 병원노련 합법성 쟁취 사건, 국제노동기구(ILO) 공대위 전국노동자대회 사건, 현대전자 채용 내정 취소 사건,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해고 투쟁, 콜트·콜텍 해고 사건, 경기대 기간제·파견근로 해고 사건…. 27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자리를 지켜온 김선수씨가 쓴 (오월의봄 펴냄)는 그동안 그가 변호를 맡았던 25가지 노동사건을 증언한다. 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굴곡진 역사다.
1988년 전태일을 생각하며 변호사의 꿈을 꾸었던 저자는 한국 사회의 무수한 ‘전태일들’을 만나고 그들을 변호했다. 하지만 노동인권을 위한 힘겨운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25명의 동지와 가족을 떠나보내며 복직 투쟁을 벌여오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10월 또다시 희망을 ‘기각’당했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기각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 회사가 상고했고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 쪽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 공장 폐쇄와 해외 공장 이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그들은 1차, 2차, 3차 해고에 대해 각종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끝없이 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그 권리를 행사하면 으레 업무방해죄·주거침입죄·퇴거불응죄가 덮어씌워지고, 손해배상과 가압류 폭탄을 맞아야 한다.
이렇듯 한국 사회의 노동은 벼랑의 벼랑까지 내몰려 있다. 저자는 지금이 “노동기본권 시계는 거꾸로 가는” 노동 야만의 시대이고, 이 선두에 현 정부가 있고, 또한 현재의 ‘노동법’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헌법 위에 업무방해죄”라고 표현하며 현 노동법이 헌법에 역행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노조 설립을 이유로 해고를 당한 대한항공 승무원의 11년 법정 투쟁기를 통해 노동계와 재계 추천 위원, 법관으로 구성된 ‘참심형 노동법원’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그들은 ‘4패 후 1승’으로 결국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11년 법정 투쟁의 시간이 흘러 정년 퇴임을 앞둔 나이가 됐다. “해고노동자가 소송을 통해 승소하고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완전히 보상받기란 참으로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을 통해서 노동사건을 신속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전문성 있는 참심형 노동법원을 설립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노동변호사로 한 길을 걸어온 지) 27년째에 접어들고 있건만 우리 사회 노동권의 현실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생각해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광풍 속에 거세게 추진된 노동유연화와 민영화 등의 정책 기조는 비정규직 양산과 사회 양극화로 이어졌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27년 노동 변호를 해온 자신에게, 그리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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