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씨네마 제공
프랑스로 연수를 갔을 때 함께 수업 듣던 한국 학생들 중에 묘한 남자가 하나 있었다. 그 반의 모든 동아시아 여학생들로 하여금 저 남자는 나를 사랑한다고 믿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마침 다른 연애 중이던 나를 제외한 4명의 동양 여자애가 그를 좋아했고, 각각 따로 데이트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가 리드하는 스터디그룹은 회원 전원이 그의 여자친구인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 모든 여인들은 저마다 나에게 연애상담을 했고 자기에게 했다는 밀어들을 들려주었으며 진짜 연인은 자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수다스러운 허세쟁이에 불과했지만, 그녀들이 말하는 이 남자는 권태 속의 탐미주의자 보들레르였고 동시에 위고의 통찰력과 발자크의 열정을 가진 사나이였고, 실존의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여친을 무심한 듯 따뜻이 챙겨주는 정말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 인물이었다. 그리고 각 커플은 돌아가며 찢어졌다.
200만 명이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음악영화 이 끝나고 떠오른 가장 큰 의문은 이것이었다. 어째서 어떤 커플은 헤어지고 어떤 커플은 남는가? 왜 어떤 커플은 헤어지면 끝이고 어떤 커플은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가,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가?
출장을 갔다온 배우자가 이별을 선언하고는 거기서 눈 맞은 사람을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그나마 차이기까지 하는 꼴을 본다면 그 분노와 비웃음이 사그라지지 않을 듯한데 댄 커플은 재결합에 성공한다. 단지 아이 때문이었을까? 거기에 비하면 그레타 커플은 바람난 파트너에게 상당 부분 즉흥적인 요소가 있었고 이별 뒤에도 서로 그리워했지만 다시 합치지 못한다. 결국 질문의 답은 맨 마지막 장면을 복기하면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사랑이란 나 자신의 투사, 결국 내 욕망의 투사이며, 그에게 있지도 않은 것을 받고 내가 가지지도 않은 것을 주는 행위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그가 갖고 있다고 믿게 되는 것, 그래서 그는 준 적이 없는 것을 나는 계속 받고 있는 것. 그레타는 무대 위의 남자를 보며, 그가 가지고 있다고 그녀가 믿었던 어떤 것의 결여를 마침내 본 것은 아닐지. 같은 노래를 부를 때조차 드러나는 그 결핍. 그것이 자유든 꿈이든 그 무엇이든. 사랑이 됐건 뭐가 됐건, 인생의 모든 조각은 바로 나를 찾는 행위이므로. 나는 얼마 전 우연히, 20년 전 그 남자가 그녀들 중 하나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도, 그중 가장 전력이 불리해 보이던 여인과. 그녀는 허세를 뚫고 아마, 그녀의 거울에만 비치는 찬란한 보석을 보았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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