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시나 테이켄은 삶을 재부팅하고 싶었다. 그는 1년간 ‘새 옷 안 사기’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그렇게 절약한 돈(매일 1달러씩)을 비영리재단 아칸샤재단(인도에서 빈민가 어린이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에 기부하기로 한다. 친구가 검정 원피스를 장만해주었고, 시나는 이 ‘흔한’ 옷 하나로 어떻게 패션도시 뉴욕에서 지내는 것이 가능한지를 매일 사진을 올려 보여주었다(theuniformproject.com). 매일의 화려한 변신은 만들거나 선물받은 것, 중고가게에서 구입한 것만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며칠이 지나자 후원자가 늘어났고 1년간 모은 돈은 10만달러, 이 돈으로 어린이 300여 명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이 사례는 (J. K. 깁슨그레이엄, 제니 캐머런, 스티븐 힐리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가 역설하는 대안경제의 여러 가지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유행을 만들어내 끊임없이 새것을 사게 만드는 자본주의에 의문을 제기했고, 기부자와 인도 어린이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저항을 효과적으로 선전했다.
이 책의 첫 장 ‘경제를 다르게 상상하라’에 이어지는 장들의 제목은 이렇다. 기업을 탈환하다, 재산을 탈환하다, 노동을 탈환하다, 시장을 탈환하다, 금융을 탈환하다. 한 번도 자신의 것인 적이 없던 경제를 왜 ‘탈환’(Take Back)한다고 했을까. 저자들은 경제학이 프레임에 의해 견고할 뿐 원래 이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계와 그래프로 묘사됨으로써 ‘과학’인 척, ‘운명’인 척하는 경제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탈환을 통해 경제를 “복종하는 기계가 아닌 윤리적 실천의 공간이라는 프레임으로 재설정”하려고 한다. 저자들은 프레임 파괴를 위해 용어도 몇 가지 정돈한다. 대표적으로 저개발국, 개발도상국, 선진국 등 발전 관점에서 나라를 분류하는 말이다. 저자들은 이 말 대신 ‘다수세계’ ‘소수경제’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전세계에 흩어진 대안경제의 성과들을 분야별로 정리한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실천’에 있다. 저자들은 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결국 행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행동 강령이다. 저자들은 꼼꼼하게 지시한다. ‘시장을 탈환하다’ 장에서 저자들은 상품의 흐름은 수요·공급 곡선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당신이 할 일은 최근의 장바구니 영수증이나 지금 이 순간 입고 있는 옷을 갖고 다음 항목들을 탐구해보는 것이다. 어디에서 왔는가, 국내인가 소수세계인가 다수세계인가. 그다음에는 윤리적 소비 항목도 체크한다. 동물실험을 했나, 노동자의 권리를 지켰나, 제조회사는 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조하고 있는가 등등.
그리하여 저자들은 이런 결론을 염원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진취적인 이상주의에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거대산업을 바꿀 가망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피터 싱어)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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