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시네마 제공
을 보면서 가장 놀랍고 무서웠던 장면은 유인원들이 손을 사용했을 때와, 무리지어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다. 힘의 명확한 열세 속에 쫓기던 유인원들이 마침내 손으로 나무를 꺾고 그것을 무기 삼아 맹수에 맞설 때, 말 몇 마디를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공포가 느껴졌다. 이제 저들이 정말 세계를 차지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손을 씀에 따라 도구를 사용하게 됐을 때, 세계는 그들의 발 아래 있게 된다. 유인원이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의 놀라움도 마찬가지다. 다른 종을 휘하에 다스리고 부리게 됐다는 것은 자연 속에서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지배인 것이다. 권력의 탄생이고 문명의 태동이다. 1968년 작 의 이전 이야기들 3부작 중 두 번째인 은 인간을 완전히 배제한 유인원의 역사 첫 장인 것 같았다.
나는 이 낯선 주인공들에게 곧장 감정이 이입됐다. 영화를 보며 어떤 캐릭터와 나를 동일시하고 응원하게 되는 건 결국 시선, 관점의 문제지만, 악독한 한국계 슈퍼마켓 주인이 주인공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일부 외국 영화들을 보며 한국인인 나는 어느 쪽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불편했던 것에 반해, 인간과 유인원의 갈등에서 나는 아무 미련 없이 유인원 편에 가담했다. 인간의 시대가 이제 끝나버린, 유인원 문명의 시작. 살아서 그런 시대를 설령 본대도 나는 그럼 인간 동물원이나 양인장(養人場)에 갇힌 상태겠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만들어낼 문명은 어떤 것일지 흥미로웠다. 힘없는 동료 하나가 결국 숨을 거둘 때까지 수십 일을 때리고 고문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잔혹한 종, 그리고 그런 희생자를 보며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그저 구경만 하는 비열한 종이 만드는 문명이 이제 막을 내린들 무슨 변명과 아쉬움이 있을까. 영화에서 인간과 유인원을 통틀어 가장 신뢰가 가는 리더 시저가 인간이 되어 통치를 한대도 세상은 이미 지옥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 유인원이 만들어낼 세상도 인간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는 암시도 맘에 들었다. 이제 시저는 알게 될 것이다. 다양한 구성원의 수만큼 상이한 요구와 해석과 욕망이 있다는 것을.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대명제와 코바 처단 사이의 모순을, 유인원을 배신한 것은 이미 유인원이 아니라는 궤변으로 해결하면서, 이제 시저는 위대한 철인에서 영리한 리더로 탈바꿈했다. 코바를 맹종하던 무리와 코바에게 이미 물든 자신의 아들 등 차세대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3편에서 시저의 리더십이 매우 궁금하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일해서 돈 벌면 기초연금 못 받나요?…연금제도 세대별 Q&A

한국 야구 ‘결승 진출’ 경우의 수?…중국 이기면 된다

“DMZ 폭발 즉각 조사” 한동훈에…김병주 “모르면 입 닥치라”

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 해…대법관 공석 ‘후임 대법원장’과 채워야”

특식도 접견도 없이…윤석열 옥중서 두번째 추석, 아침은 떡국

27살엔 아들 위해, 51살엔 올림픽 꿈 바라보며…엄마는 또 날아올랐다

‘김승원 저격수’로 존재감 키운 한동훈…정치적 득실은?

추수철 올리브나무 밀고 총격…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을도 ‘테러’
![잘했다 박위…이제 일어나 KTX 코레일과 싸우길 [세상읽기] 잘했다 박위…이제 일어나 KTX 코레일과 싸우길 [세상읽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24/53_17902037469106_20260924500078.jpg)
잘했다 박위…이제 일어나 KTX 코레일과 싸우길 [세상읽기]

44년 기다린 남자 육상 100m 메달, 야속한 0.06초…나마디 4위·비웨사 5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