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학자에게서 시작된 ‘게임이론’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람들이 경쟁자를 의식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합리적으로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분석한 이론을 말한다. 주로 경제학에서 시장이 움직이는 불확실한 방향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한국계 미국인 경제학자 마이클 S. 최는 게임이론의 주요 개념인 ‘공유지식’과 ‘조정’으로 어떤 시기에 사람들이 폭발적인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이유를 분석한다.
책 (후마니타스 펴냄)를 따라가다보면 미국의 슈퍼볼 광고에 기업들이 앞다퉈 줄을 서는 것이나, 2008년 한국의 촛불집회, 2010년 중동에서 번져가던 시위 등은 비슷한 전략적 상호작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공유지식은 내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안다는 것에 대한 앎, 일종의 메타지식이라고 설명한다. “오늘 광장에서 100만 명이 촛불을 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도 알고, 너도 알며, 내가 안다는 것을 너도 아는 것, 곧 공유지식이 되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함께 행동하려 한다는 ‘조정의 문제’라는 이론이다. 다른 사람이 아는지 확신이 없을 땐 대규모 저항은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인터넷상에서는 리트위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이 오늘 저항이 있다는 공유지식을 확고히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공의례나 집회, 행사는 어떤 사실이 공유지식이라는 것을 선포하는 행위다. 2001년 미국에서 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 2014년 한국에서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유는 분명하다. SNS 발달과 촛불에 대한 여러 연구가 경제학의 행동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슈퍼볼이라는 모두가 아는 상품에 얹혀가려는 기업의 투자 행위나 정권에 대한 저항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를 같은 메커니즘에 기대어 설명한 이 이론은 경제학 분야에서는 크게 칭찬을 받았지만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서는 논란이 있었다.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지난 5월 마이클 최의 내한 강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계급을 초월해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공유지식이 존재하는지, 공유지식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에서 힘없는 보통 사람의 공유지식과 권력의 공유지식은 상당히 다르다”(남영호 서울시립대 교수), “예를 들면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오른 음악을 사람들은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 공유지식이라고 여기지만 실은 태반이 소속사가 사재기해서 올린 순위다. 공모나 권력에 의한 나쁜 지식도 있다”(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지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게임이론이 지나치게 현실을 단순화한다고 비판하지만 때론 단순한 것이 본질을 꿰뚫는다. 이 이론의 출신성분을 보지 말고 유용한 전술로 생각해달라.” 강연에서 마이클 최의 답이었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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