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 론칭에 참여했다. 전통적 뉴스 미디어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는 글로벌 온라인 뉴스 미디어의 한국판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나와 동료들은 광고를 조금은 시대착오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첨단적인 방식보다는 고전적인 인쇄광고처럼 점잖게 말하는 방식을 택했다. 슬로건도 구식이었다.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 소비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강조하고 영어를 많이 쓰는 요즘의 광고 트렌드와는 여러 모로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 구식(?) 광고 여러 편을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했다. 광고가 시작되자 이런저런 논란과 몇몇 해프닝이 겹치면서, 한국에선 듣보잡 미디어에 가까웠던 는 투입 비용에 비해 아주 큰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버스커버스커 1집(사진)은 꽤 시대착오적이다. 어딘지 송창식을 떠올리게 하는 1970년대 느낌이 묻어 있다. 때는 아이돌들이 칼군무에 스모키 아이를 하고 쿨식한 썩소를 날리며 저마다 ‘내가 제일 핫하다’고 주장하는 게 대세인 2012년이었다. 버스커버스커는 ‘단대 호수’ ‘여수 밤바다’ 등 고색창연한 지명과, 손을 잡고 벚꽃길을 걷고 싶다거나, 배드민턴을 치자거나, 꽃송이가 그래그래 피었구나와 같이 고전적이고 소박한 정서로 단박에 그 모든 핫함을 ‘발라’버리고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물론 그들을 단지 시대착오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 고풍스런 정서를 충분히 세련되고 현재적인 방식으로 풀어냈으니까.
작가 김훈은 2001년 첫 소설 로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평과 함께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주어와 동사만으로 쓰려 했다는 그의 문장은 갑자기 드러난 유물처럼, 무척이나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 그의 문체는 1500년대 말 이순신 장군의 를 모범으로 했다니 그럴 만도 했다. 21세기에 홀연히 나타난 16세기풍 문장은 그야말로 벼락처럼 뜬금없었고, 그래서 무척이나 신선했다. 김훈의 문체는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쓰기를 흉내 내곤 했다.
시대착오적인 것은 때때로 아주 매력적이다. 특정 시대의 인물을 다른 시대로 옮겨놓는 시간여행물의 인기가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땅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옛 유물은 시간의 퇴적을 뚫고 드러나는 순간, 그 시대착오로 인해 돋보이고 강렬해진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LP가 다시 유행이고, 봄의 캐럴 은 2014년 ‘최신가요’ 차트에 다시 돌아왔다. 시대착오적이다. 근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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