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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아나선 ‘친일토벌부대’

김효순의 <간도특설대>
등록 2014-03-01 15:07 수정 2020-05-03 04:27

일제의 대륙 침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1938년, 지금의 중국 지린성 안투현에 ‘간도특설대’가 만들어졌다. 만주국 치안부 산하 부대의 하나로, 조선인으로 이뤄진 특설 부대였다. 일제는 만주국을 세웠지만 항일 무장세력의 끝없는 저항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제는 이들을 ‘비적’ ‘공비’라 부르며 토벌작전에 열을 올렸다. 특히 1935년부터 중국인·만주인·조선인 등 다양한 항일세력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가담해 조직개편된 항일연군은 일제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간도특설대는, 쉽게 말해 이들을 토벌하려고 만든 ‘친일토벌’ 부대였다. 이들은 동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항일연군과 10여 차례 전투를 벌여 8명을 살해하는 ‘전과’도 올렸다. 일제는 1939~40년 간도특설대·관동군·치안부대 등을 총동원해 항일연군을 거의 궤멸시켰는데, 간도특설대는 뛰어난 정보 수집 능력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에서 대기자를 지낸 김효순 ‘포럼 진실과 정의’ 공동대표가 최근 펴낸 는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던 간도특설대란 주제를 저널리즘 관점에서 접근해 풀어낸 책이다. 흔히 간도특설대 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인물은 보수세력이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백선엽씨다. 백씨는 1943년부터 3년 동안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지만, 회고록이나 인터뷰 어디에서도 이를 자세하게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은이는 백씨가 일본에서 펴낸 회고록에서 간도특설대에 대해 훨씬 더 상세한 언급을 하는 대목을 찾아냈다. 1993년 출간된 에서 백씨는 “우리들이 쫓아다닌 게릴라 가운데 조선인이 많이 섞여 있었다. 주의·주장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려는 일본의 책략에 그대로 끼인 모양이 된다.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고 비판받아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게릴라전이 전개된 지역의 참상을 알게 되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이해될 것”이라며 또 다른 합리화를 시도했다.

지은이는 섣부른 평가를 배제하고 최대한 건조하고 폭넓게 당시 만주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전달하려 애썼다. 사실 이들에게 반자동적으로 ‘친일·반민족’ 혐의를 씌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이를 최대한 억제한 지은이의 평가는 오히려 명쾌하다. “일제의 폭압적 통치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항일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밀어선 안 되지만, 항일운동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짓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원형 오피니언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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