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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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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 시멘트 없이 어찌 살았누?

오·남용으로 폐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시멘트 작업
등록 2014-02-15 13:22 수정 2020-05-03 04:27
2년 전 수해로 망가진 물길 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딸 단비가 찍어주었다.강명구 제공

2년 전 수해로 망가진 물길 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딸 단비가 찍어주었다.강명구 제공

자연을 사랑해서든 혹은 도시생활에 지쳐서든 전원에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 사람들에게 ‘콘크리트 건축물을 도외시하고 현대 문명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그리하여 대개 전원으로 온다 하면 집 지을 때 자연친화적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시멘트라는 ‘위해’(危害) 건축자재와는 가장 거리가 먼 흙집이며 스트로베일 하우스며 황토방이며 목조주택 등속을 떠올리며 탐구하게 된다. 나 역시 진배없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 것이 지나친 오·남용으로 주변 경관과 환경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시멘트 작업은 실보다 득이 많다. 시멘트 작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체재가 없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잘만 사용하면 세월의 더께가 얹혀 검버섯이나 이끼가 더해져 오래된 석물(石物)만큼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돌담 쌓고, 벽돌길 깔고, 물길 트고, 소소한 수선 작업을 할 때면 전원생활을 다소간 자립적으로 영위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시멘트 작업은 거의 필수적이랄 수 있다. 십수 년 이곳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는 ‘옛사람들은 시멘트 없이 어찌 살았누?’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삽자루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도시내기’들은 시멘트 작업 하면 더럭 겁부터 나고 그런 일은 나랑은 상관없이 ‘노가다’들이 하는 전문가 수준의 작업으로 치부하기 쉽다. 일이 험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바 아닌 것이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점이다. 토박이 서울내기 아내도 전산학 전문가인 큰아들도 이제는 시멘트 작업을 척척 해내고, 장성한 두 딸도 어느 정도 눈치 있는 ‘보조’는 된다.

일의 분량이 많지 않으면 시멘트와 고운 모래를 미리 섞어 포장한 ‘레미탈’이라는 제품을 사용하면 되지만, 값이 40kg 한 포에 4천원으로 좀 비싼 편이다. 나는 힘이 좀 들기는 하지만 모래와 시멘트를 따로 주문해서 용도에 맞게 배합해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비용이 3분의 1 내지 4분의 1로 준다. 십수 년간 고객인 이화건재에 전화하면 5t 트럭으로 모래와 시멘트를 가져와 알아서 집 한구석에 마련한 모래저장고에 ‘담뿌’(덤프)해준다. 시간이 나면 온 식구가 달려들어 나의 총지휘하에 미리 계획해놓은 작업에 전진한다. 아비와 큰아들은 제일 힘든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현장으로 나르기를 맡고, 아내는 날라온 시멘트에 물을 넣어 적당한 점도로 개고, 둘째ㆍ셋째는 알아서 시멘트 개는 물을 길어오거나, 맥주나 막걸리에 안주를 배달하거나, 하다못해 입담으로 풍악을 울려 귀여움을 떤다. 물론 동동이도 작업장을 지키다 안주 몇 점 널름 집어삼킨다.

모래는 고운 것과 거친 것이 있는데 용도가 다르다. 고운 모래는 벽돌쌓기 등 차진 모르타르(mortar) 작업 때 사용하고, 거친 모래는 돌담쌓기나 바닥깔기 등 거친 작업에 사용하면 제격이다. 초보자가 제일 가늠하기 힘든 것이 모래와 시멘트의 배합 비율인데, 대략 모래 네댓 삽에 시멘트 한 삽 정도면 무난하다. 기둥 받침 등 단단한 초석 작업을 할 때나 물을 많이 쓰는 수돗가 등을 작업할 때는 시멘트를 더 많이 넣어 강도를 높인다. 시멘트 작업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모르타르 만들기와 물을 섞어 모르타르 개기인데, 처음에는 힘들지만 요령이 생기면 그런대로 할 만하다. 나는 주로 싼티 나는 플라스틱 외발 수레에 모르타르를 넣고 먼저 물을 부어 스며들기를 기다린 다음 마치 회 뜨듯이 삽으로 살강살강 저미듯이 해서 손쉽게(?) 모르타르를 만든다.

짧은 지면이다보니 매우 중요하지만 소소한 노하우를 일일이 설명하기가 어렵다. 내가 터득한 가장 좋은 방법을 알린다. 이 일로 오랜 삶을 섭렵한 고수를 모셔 넉넉한 밥과 술 그리고 일당으로 대접해드리고 하루이틀 열심히 ‘보조’ 노릇을 하며 자세히 관찰하면 그들의 예술적 삽 놀림과 일머리에 감탄하며 저절로 몸이 덜 고달픈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여기에 고수들이 등한시하기 쉬운 약간의 인터넷 리서치가 더해지면 당신의 전원생활의 반은 성공이다.

강명구 아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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