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005년 열린 인간행동진화학회에서 에드워드 윌슨의 ‘배교’를 지켜보았다. “그 콘퍼런스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이를테면 ‘해밀턴교’의 광신도들인데 윌슨 교수가 그 소굴 한복판에서 나름의 개종 선언을 한 것이다.” 그 본격적인 선언이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윌리엄 해밀턴의 ‘혈연선택이론’ 신봉자였다. 윌슨은 여러 저서를 통해 해밀턴 이론을 돋보이는 위치로 올려놓았고, 집단생물학을 토대로 한 새 분야를 창설하고 ‘사회생물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혈연선택이론’을 생물학자 홀데인의 말을 빌려 설명하면 이렇다. “당신은 익사할 확률이 10분의 1인 불어난 강물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하도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한 유전자를 지니는 반면, 그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나는 강둑에 서서 아이가 익사하는 광경을 지켜본다고 하자. 아이가 당신의 자식이거나 형제자매라면, 아이도 그 유전자를 지닐 가능성이 절반은 있으므로….” 이런 식으로 계산이 시작된다. 자식을 구하면 5개, 손자나 조카는 2.5개, 사촌의 효과는 아주 미미하고 그 사촌의 자식은 유전자를 얻기보다 잃을 가능성이 더 높다. 빠진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희귀한 유전자를 보전할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우리는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이타성이 발휘된다.
그렇다면 ‘배교자’ 윌슨이 향한 곳은 어디일까. 다수준 선택 이론이다. 유전적 적합도에 개체 선택뿐만 아니라 집단 선택을 추가한다. 유전 암호는 ‘키메라’가 된다. “한쪽은 집단 내 개인의 성공을 선호하는 형질들을 규정한다. 다른 한쪽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는 자기 집단의 성공을 선호하는 형질들을 규정한다.”
책 전체가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지는 않다. 맨 처음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을 시작한다. 반쯤 가린 타히티 사람들이 과일을 따고 휴식을 하는, 고갱이 그린 유명한 그림의 제목이다. 수십만 년 전에 출현해서는 6만 년 전 전세계로 뻗어나가서는, 지구를 완전히 정복해버린 유례없는 종 인간. 위대해서도 아니고 신의 선택을 받아서도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 ‘운’을 설명하는 것이 책의 주요한 전개다. 운의 대부분은 ‘진사회성’에서 나왔다. 그가 다수준 선택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이 운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해서가 아닐까. 1929년생이므로 올해로 84살에 이른 에드워드 윌슨은 여전히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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