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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 이 요물!

부담 없는 장범준, 귀염귀염 김형태, 채식주의자 브래드까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버스커버스커의 성공시대
등록 2013-10-02 14:43 수정 2020-05-03 04:27

이건 약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었다. 버스커버스커, 난 별론데, 말하는 것 말이다. 신민요풍으로 “흩날리는 벚꽃잎이~” 하는 노래가 뭐가 좋을까, 싶었다. 저 도저한 386세대의 문화적 보수주의랄까, 꼭 386이 아니라도 ‘적당히’ 착한 취향을 가진 시민 정서랄까, 버스커버스커 음악을 향한 열정은… 좀 욱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차라리 “서른이 되기 전에 시집을 갈는지~” 하는 씨스타의 생경한 가사가 낫지. 그렇지만, 386과 더불어 살아온 세월 어쩌지 못하니, 혼자 있는 심야, Mnet의 가 틀어주는 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괜찮네, 했던 적도 있다.

음악도 둥글어 많은 이들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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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물었다. 버스커 어떠니? 김성환 기자가 답했다. “가을에 듣는 버스커버스커 음악의 생소함이란!” 아, 난 컨트리 음악 같던데…. 봄이 아닌 가을에 나온 2집을 들으며, 괜찮은데 싶다가도 “이건 미국 시골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컨트리 같아”, 또 트집을 잡는다. 아니, 음악 얘기는 끝내고 인물 탐구로 가야지, 허어~ 허어~.

적당하면 편안하다. 음악도 적당히 익숙하고 외모도 적당히 잘생긴, 장범준. 장점은 부담이 없어요. 에 나올 때도, 워낙 주변의 언니들이 몹시 아끼시니, 뭐가 그렇게 그런가 했다. 나중에 를 보고서야, 저런 청년 주변에 있으면 무흣하겠다 싶었다. 기센 30대 언니들의 희롱에도 까칠하지 않게, 능글맞지도 않게,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친밀감을 잃지 않게 하는 청년 장범준을 보고서 “우리, 범준이~” 하는 언니들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다. 그들의 음악도 그렇게 둥글어 많은 이들이 좋아하나, 둥글게 둥글게 살지 못하는 취향을 반성도 했다.

시골에서 올라와 친구가 없다는 범준이한테 패션피플 언니가 “그럼 뭐하고 노니?” 물었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어제도 엄마랑 밥 먹고, 카페 갔는데”라고 답하는 청년 범준이, 멋지다 싶었다. 서울에 친구 좀 없다고 쪽팔려 하는 청춘이 아닌 것이다.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저 기운은? 이래서 대안학교에 보내는 건가. 우리 범준이, 담양 한빛고 다녔잖냐. 아, 몽골에서 홈스쿨링 했다는 악동뮤지션의 창의성과 더불어 싱어송라이터 장범준의 존재는, 한국의 학교가 얼마나 아이들의 감수성을 절단 내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형태씨. 괜히 트위터에 일베 용어 썼다가 뜻밖에 존재감을 과시한 베이스 치는 김형태. 이 청년만 보면 ‘귀염귀염’ 단어만 머리에 맴도는데, 언젠가 아는 언니가 ‘나는 장범준보다 김형태가 더 귀여운데’ 말한 뒤로 생긴 부작용이다. 드럼 치는 브래드 형은 채식을 한다는데,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란 말씀? 그 외에는….

별로라고 하면서 입에선 ‘꽃송이가~’

밥을 먹으면서 버스커버스커 좋아하는 구둘래 기자를 설득해봤지만, 무참히 실패한 순간, 고립을 달래줄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버스커는 요물 요물 요물! ‘난 버스커 별로야. 장범준도 별로야. 식상해’ 공개 비판해왔는데 혼자 있을 땐 자꾸 입에서 나와요. ‘꽃송이가 꽃송이가 꽃송이가~’ 다른 파트는 알지도 못하고 그 부분만 무한 반복. (사실 지난봄엔 생전 첨 여수 밤바다도 보고 왔어요.)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장범준 이 요물!” 이렇게 엄지원 기자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성공시대, 1997년 계간 <review>에 실렸던 김혜리 기자의 한석규 인터뷰 제목이었다. 지금 버스커버스커가 그렇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인물탐구- 안 만나도 다 알아?’는 한 주를 뜨겁게 달군 ‘핫피플’의 이모저모를 마음대로(!) 뜯어보는 1600자 인물비평 코너입니다.</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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