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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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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 뒤에 개봉변이로구나~

낙조가 아름다운 경기도 화성 제부도 해수욕장
등록 2013-09-13 17:45 수정 2020-05-03 04:27

“한국 사회를 뒤흔든 거대한 특종을 한 ○○○ 기자 앞으로 나와주세요. 두둥~. 귀하는 투철한 기자 정신으로 사회정의와 진실 추구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 어쩌고 저쩌고~ 했기에 한국기자상을 드립니다.” 기품 있게 웃으면서 상을 받으려는데 어디선가 구린내가 끼쳐왔다. ‘화장실에 갔다가 그냥 나왔나?’ 하고 시상자를 의심하는데 갑자기 암전이 됐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리둥절해하는데 갑자기 아들 녀석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아들 녀석의 엉덩이가 내 앞에 있었다. 자고 있는 아비의 얼굴을 깔고 앉은 것이다. 꿈이었구나. 자다가 개‘봉변(便)’을 당한 것보다 특종상 받는 게 개꿈이었다는 사실에 더 쓰라려 하고 있는데 아들 녀석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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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어나~. 쌍둥이 형이랑 승주랑 캠핑 가게~.” 뭔 식전 댓바람부터 캠핑 타령이야~. 와잎은 쌍둥이네·SJ네(896호 ‘차력남과 정초의 임진외(外)란’ 참조)랑 같이 당일치기 캠핑을 가기로 했다며 이미 쌍둥이 아빠인 ‘차력남’이 제부도 해수욕장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야, 그걸 왜 지금 말하냐? 이놈의 캠핑을 때려치우든지 해야지~라고 복화술로 중얼거렸더니 와잎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매일 술 처먹고 늦게 들어오는 인간이 토요일 하루 가족이랑 시간 보내는 게 그렇게도 싫으냐?” 난 또다른 봉변(!)이 두려워 얼른 채비를 했다.

SJ네와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쌍둥이네 아빠 ‘차력남’이 쳐놓은 타프에 짐을 부리고 둘러보니 해변에는 이미 많은 캠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문 낚시꾼 복장의 쌍둥이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으로 향했다. 편하게 좀 마실 수 있겠구나~.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SJ 아빠와 사온 캔맥주를 따는 순간, 와잎이 말했다. “나 오늘 좀 마실 거야~.” 언제는 안 마셨냐? “니가 술 먹겠다는 얘기는 ‘해는 서쪽으로 진다’는 말과 같은 거 모르니?”라고 일축하는데 와잎이 한마디 보탠다. “자긴 운전해야 하니까 술 먹으면 안 된다고!” 뭬야! 그럼 나를 ‘운짱’으로 데리고 온 거냐? 대리운전 알바 뛰냐? 바람 불어 선선하고 애들 없어 신났는데 술도 못 먹고 이게 뭐냐고 물어봤자 ‘아이스박스에 캔맥주 마저 넣어놓으라’는 말이나 듣지 싶어 몰래 캔맥주를 챙겼다.

SJ 부부와 와잎이 캠핑의자에 널브러져 캔맥주를 홀짝이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어제 새벽에 먹은 황태포가 올라올 지경. 난 화장실을 간다며 타프를 빠져나와 캔맥주를 땄다. 한 모금 목을 축이는 순간, 가져와~ 와잎의 목소리가 뒷덜미를 잡았다. 캔맥주를 뺏으며 와잎이 말했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야~. 그리고 음주운전하다 걸리면 벌금이 얼만데 정신을 못 차려~.”

와잎을 비롯한 술꾼들이 저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산 살치살에 목살과 삼겹살을 구워 낙조를 배경으로 처드시는 동안, 운전을 책임진 나와 쌍둥이 아빠는 ‘맥콜’로 짠을 하면서 주린 술배를 채웠다.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처럼 내 술고픈 배는 맥콜로 물들어갔다. 밤 9시, 짐을 정리하고 애들을 챙겨서 차에 와보니 와잎은 이미 차에 누워 계셨다. 트렁크에 가서 누워 있으면 안 되겠니? 누워 있는 와잎의 얼굴에 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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