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다시 돌아왔다, 속도 밸도 없이. 그만 쓰고자 했다. 2년 동안 처자식 팔아먹고 친구놈들까지 죄다 팔아먹어 더는 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왜 왔냐고? 사실 다시 보니 팔다 남은 게 좀 있더라. 무엇보다 폐지만은 있을 수 없다(망가지는 칼럼이 필요하다)는 편집장의 간곡(을 빗댄 강)한 부탁(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
또한 칼럼이 끝나거나 말거나 와잎은 계속 죽어라 술을 마실 터(지금도 마시고 있다)인데, 2주에 한 번 술값 나오는 이 칼럼이라도 안쓰면 그 돈은 어찌 메우나 싶었다. 나도 먹고살아야 한다. 거지 근성이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홀벌이로 알코올홀릭 마누라 건사하는 건, ‘목구녕’으로 치고 올라오는 ‘오바이트’를 되삼키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칼럼 복귀를 앞둔 지난 주말, 와잎과 아들 녀석을 데리고 인천 옹진군 장경리해수욕장으로 캠핑을 떠났다. 화장실이 깨끗하고 취수시설이 마련돼 있는데다 무엇보다 공짜라서 좋은 곳. 날이 풀리자 캠퍼들이 쏟아져나온 듯 텐트가 그득했다.
첫 손님으로 초등학교 친구 쭈구리 부부를 섭외했다. 이름에 ‘주’자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쭈구리로 불리다보니 어느새 몸매도 쭈그러진 종합병원 의사. 암튼 쭈구리는 자식도 안 낳았는데 개쭈굴, 십쭈굴, 왕쭈굴, 어쭈구리 등 다양한 파생어를 낳았다. 말랐는데 피부가 흘러내려서 미드 <x> 방영 이후에는 ‘늪지인간’으로 불렸다. 쭈구리는 식성도 쭈굴했다. 회는커녕 심지어 오징어포도 못 먹는 녀석이 삼겹살은 베이컨칩처럼 태워 먹었다.
쭈구리는 패션 스타일도 쭈굴쭈굴했다. 재수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 노량진에서 하숙하던 녀석은 토요일 오후만 되면 고향집엘 갔다. 그날만은 평소 아껴둔 리바이스 면티에 더 아껴둔 하늘색 라코스테 셔츠를 겹쳐 입었다. 바지는 쫙 붙는 민망한 청바지(민바). ‘듀스’ 김성재를 좋아했지만, 자른 머리는 ‘솔리드’ 머리. 스프레이를 처발라 바짝 세운 뒤, 마지막으로 세무로 된 검은색 모자를 썼다. 스프레이 뿌린 뒤 모자는 왜 쓰냐고 갈궜지만, 쭈구리는 매번 세무 모자로 패션을 완성했다. 마치 목욕탕 갈 때도 머리에 젤 바르고 가는 고향 친구 ‘남근육봉’(본명 ㄴㄱㅇㅂ)처럼. 실제 둘은 ‘쩔친’이다.
암튼 이런 독특한 귀향 스타일을 고수하던 쭈구리에게 뜻하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날 하숙집 세탁기에서 셔츠를 꺼내보니 악어가 탈출했다. 악어는 세탁기 바닥의 회전 날개에 이빨이 걸려 신음하고 있었다. 쭈구리는 울먹이며 악어를 구조한 뒤 한땀 한땀 치료를 해줬다. 그날 이후 녀석의 라코스테는 크로커다일로 불렸다. 악어의 입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지만 녀석은 괘념치 않았다.
저녁께 도착한 쭈구리는 크로커다일도, 아내도 없이 혼자였다. 쭈구리는 오자마자 술부터 찾았다. 어쭈구리! 954호 계속. 문의 032-899-2214.
xreporter21@gmail.com
*‘x기자 부부의 킬링캠프’는 분위기 죽이는 곳에서 초대손님의 고민을 오로지 술로 죽여주는 칼럼입니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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