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4호에서 계속) 남근육봉(어감상 남궁으로 부르겠다)의 젤 사랑은 여전해 보였다. 캠핑장 오는 그날에도 제수씨와 아이들이 다 준비를 마쳤는데 혼자 화장실에서 20분이나 머리를 만졌단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머리에 젤을 바르고 있을 녀석.
첫아이를 낳던 날 새벽, 예정일보다 먼저 진통이 온 제수씨가 정신 못 차리고 자고 있던 남궁을 깨웠다. 화장실로 달려간 녀석은 한참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가보니 녀석이 머리를 만지고 있더란다. 결국 그 새벽, 젤 바른 머리에 양복까지 입고서야 제수씨와 병원으로 향했다. 제수씨는 남궁을 가리키며 “아마 내가 죽어도 젤 바르고 있 을 인간”이라고 했다. 와잎이 말했다. “환자구만~. 약 좀 먹어야겠구 만~.” 와잎아~ 넌 환자 아니니? 쭈구리는 의사와 결혼하는데 난 환 자와 결혼한 거 모르겠니?
엽기 행각은 또 있다. 대학 시절 고향에 내려갔다 외박한 뒤 남궁, 쭈 구리, 심비홍과 목욕탕엘 갔다. 그날도 남궁과 쭈구리는 머리에 젤과 스프레이를 바르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심비홍과 앉아서 때를 밀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벅벅 신발 빠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서서 보니 쭈 구리와 남궁이 이태리타월로 지 얼굴을 박박 밀고 있었다. 벌게진 두 면상을 보면서, 우린 “아주 뻬빠로 밀지 그러냐”고 진심 어린 조언을 했지만 녀석들은 “이게 동안 피부의 비결”이라며 계속 밀어댔다. 그날 이후 쭈구리와 남궁은 ‘뻬빠형제’로 불렸다.
남궁은 오리훈제를 꺼내 프라이팬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내가 너 무 먹어서 큰일이야~. 몸 키우려고 작정한 거 같아~.” 듣고 보니 제 수씨 등발이 더 푸짐해진 것 같았다. “알코올홀릭보단 나아~.” 내가 말했다. 녀석은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곧 알게 될 터.
텐트 하나에 몰려든 아이들은 그 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닌자 고’ 발광을 하고 있었다. 와잎은 놀면 뭐하겠냐며 플라스틱 컵에 소폭 을 말기 시작했다. 남궁이 옆에서 째려보는데도 제수씨는 연신 뭔가 를 먹고 있었다. 건배를 하는데도 제수씨는 오로지 오리훈제와 삼겹 살, 목살을 골라 먹는 데 주력했다. 술이 좀 돌자, 남궁이 정색하며 말 했다. “작작 좀 먹어라~. 먹으러 왔냐?”(휴, 속이 다 시원하네~.) 그 와 동시에 두 명의 여자가 남궁을 ‘야렸다’. 제수씨가 먼저 발끈했다. “내가 뭐 먹고 싶어서 먹는 줄 알아? 애들 둘 키우는 스트레스를 이 렇게라도 풀어야지 안 그럼 안 돼~. 지는 맨날 늦게 들어오는 주제에 ~.” 이윽고 소맥 흡입하던 와잎이 말했다. “쌈이라도 싸주면서 말씀 하세요~.” 와잎의 집중 공격이 들어간 그날 남궁은 소맥 폭탄 10방을 맞고 벌건 얼굴로 쭈구리에 이어 전사했다. 니네 이태리타월 썼니? 그나저나 ‘밴드오브브라더스’구만~. 남궁아~ 이제 알겠지? 고기 먹 는다고 네게 피해는 없다는 걸?
지난 주말, 남궁과의 캠핑에 동행하지 못해 아쉬워한 ‘깜보’에게 전화 했다. 텐트(대여비 1만5천원)가 설치돼 있어 편한 경기도 과천 서울대 공원자연캠프장으로 오라 했다. 와잎이 술 먹다 사고 치면 바로 집으 로 격리 조처 가능하다는 내 계산은 여지없이 깨졌다. 958호에 계속. 문의 02-500-7870.
xreporter21@gmail.com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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