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 모처에서 모인사들과 술을 처먹고 있는데 심비홍(914호 ‘빨간 레이스팬티와 트라우마’ 참조)에게 전화가 왔다. 주말에 강원도 영월로 캠핑을 가자고 했다. 캠핑, 고만 좀 가자~. 그러다가 골로 가겠다. 녀석은 영월 ‘리버힐즈’는 ‘1박2일’에 나온 곳으로 정말 야무지다고 거듭 말했다. 다른 친구 없니? 여긴 선착순이라 예약도 안 된다며 자신이 금요일에 가서 한 자리 잡아놓겠다고 가자고 꼬였 다. 올 때 꼭 헐랭이(926호 ‘헐랭이왕족발과 와잎의 멘붕’ 참조)를 데려오라고 당부했다. ‘씹을 안주’가 필요하다며.
마감하고 개쓰레기처럼 뻗어버린 토요일 아침, 녀석이 전화질로 출발을 채근했다. 자리 맡아놓았으니 천천히 가도 되잖냐고 물었더니 보고 싶어서 그런다고 없는 애교까지 부렸다. 어제 술 많이 먹었구나 ~. 천근만근 몸뚱아리를 일으켜 와잎과 아들 녀석에게 얘기를 꺼냈 다. 와잎은 플라스틱컵을 냉동실에 넣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말 주(酒)도면밀하구만! 심비홍의 아들들과 재밌게 논 적이 있던 아들 녀석은 신나서 파워레인저 장난감을 챙겼다.
자빠져 처자고 있는 헐랭이를 전화로 몇 번에 걸쳐 깨우고 캠핑 장비를 꾸역꾸역 싸서 집을 나섰다. 이수역에서 장을 보고 헐랭이를 만났다. 추리닝 차림의 헐랭이는 자기가 사는 경기도 부천까지 데리러 오지 않았다고 투덜댔다. 내가 니 애인이니? 참자, 어차피 가면 야무지게 씹어줄 테니까.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하니 차가 많았다. 심비홍은 가는 동안에도 계속 언제 오냐고 난리였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도착한 시간 은 오후 1시30분. TV에서 본 대로 천변에 둘러싸인 캠핑장은 절경 그 자체였다.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캠핑장은 텐트들로 빼곡했다. 차로 뛰어온 심비홍은 “오란다고 진짜 오냐?”며 멋쩍어했다. 닥치고 짐이나 나르라고 말했더니 우물쭈물한다. “여기 자리 맡아놓는 거 안 된다는데 어쩌냐? 선착순이라 누가 와서 미리 맡아놓으면 다른 사람이 허탕을 칠 수 있어서 그렇다는데~.” 듣고 있 던 헐랭이가 “야, 미친 비룡추야~ 그럼 진작 말을 했어야지~”라며 과장된 발길질로 심비홍의 가슴팍까지 다릴 들었다 놨다. 여기까지 듣던 와잎이 한마디 거들었다. “어따 대고 약을 팔아~. 어차피 이리 된 거 좀 놀다 밤에 가자!” 그 얘긴 너만 술을 드시며 놀고 난 애랑 놀아주다 밤에 운전까지 하라는 말씀이렷다.
결국 간만에 모인 얼굴들이니 우선 술이나 한잔하자며 먹을 것과 캠 핑 의자만 들고 녀석의 텐트로 향했다. 녀석은 장비질을 좀 했는지 간이 싱크대며 다용도 버너 등 별의별 장비가 다 있었다. 양심만 없고 있을 건 다 있구만. 사내아이들은 지들끼리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심비홍 부부와 우리 부부, 헐랭이까지 다섯이 둘러 앉아 소맥을 말았다. 평소에도 요리를 곧잘 하던 심비홍은 신이 나서 지지고 볶아 소시지채소볶음을 했다. 심비홍에게 가져온 고기를 건네며 물었다. “왜 말을 안 한 거야? 인간아~.” 심비홍은 “옛날 대학로 곱창녀 사건 생각 안 나냐?”고 했다. 대학로 곱창녀 사건이라면…. 970호에서 계속. 문의 033-374-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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