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관련 서적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첫 번째로 많이 팔린 책은 폴 새뮤얼슨의 이고,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은 오늘 소개할 (원제 Worldly Philosophers)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의 좌파 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썼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정책연구소장을 역임한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번역을 했다. 1953년 초판이 나온 이래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1999년 7판이 발행될 때까지 무려 400만 부 넘게 팔렸다.
‘세속의 철학자들’은 경제학자들을 뜻한다. 이 책은 경제사에 길이 남을 몇몇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생애를 다룬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공상적 사회주의자들, J. S. 밀, 카를 마르크스, 소스타인 베블런,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사상 줄기만 대략 이해해도 독자로서는 큰 수확일 것이다.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들은 거의 다루지 않는데,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일컫는 앨프리드 마셜 정도가 ‘빅토리아 시대와 경제학의 지하세계’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챕터에 짧게 소개돼 있다. 아마 좌파 경제학자인 저자의 성향이 반영된 것일 테고, 날이 갈수록 수학에 집착하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 풍토를 비판하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해설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예컨대 케인스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저축과 투자는 서로 이혼하기에 이르렀고, 별개의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행하는 별개의 활동이 되어버렸다”라거나, 슘페터가 자본주의를 비관적으로 바라본 대목을 말하면서 “(혁신적) 기업가들이란 특정 계급에서 배출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자. 그들은 혁신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일 뿐이며, 자본주의의 발전은 자본주의에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보태는 식이다.
“마르크스는 정돈해놓고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집에는 먼지투성이 원고 더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아무렇게나 옷을 걸친 채 눈도 제대로 못 뜰 정도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어슬렁거렸다” 등 경제학자들의 개인사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한 매력으로 읽는 맛을 더하는 점은, 이 책의 성가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애초 경제학은 자본주의라는 ‘특정’ 사회구조의 분석과 그것의 동태적인 변화 발전을 탐구하며 출발했는데 날이 갈수록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과학적(?) 분석 수단으로서의 수학에 집착하며 초역사적 학문으로 변질됐다는, 저자의 비판은 오늘날에도 유효해 보인다.
“경제학은 (단순하고) 정확한 물리학과 비교될 수 없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묘한 인간 본성의 힘을 다루기 때문이다”라는 마셜의 말처럼 좋은 세상을 위한 분석틀로 경제학이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 이 위대한 ‘세속 철학자’들을 권한다.
전 진보신당 부대표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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