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 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이 란 수락 연설을 남긴 것이 1982년이다. 그로부터 31년.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은 끝났는가. 지난 3월5 일 유명을 달리한 한 혼혈 사내를 둘러싼 평가는 그 고독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남미 좌파 블록 을 이끌던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우고 차베스다. 마르 케스가 말한 고독의 핵심은 이렇다. “문학의 독창성은 그 렇듯 쉽게 인정하면서 우리가 시도하는 사회변혁은 왜 불 신의 눈으로 바라보는가. 우리가 직면한 중대 문제는 우 리 삶을 신뢰할 만한 것으로 인식시킬 방법이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 고독의 핵심이다.”
어릿광대? 음험한 포퓰리스트?
4월호는 차베스의 삶과 그가 좌파 진영에 남긴 유산을 머리기사로 올렸다. 알려진 대 로 차베스에 대한 서방의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었다. 그 들이 빚어낸 차베스의 이미지는 어릿광대이거나 과대망 상증 환자, 무엇보다 음험한 포퓰리스트였다. 2006년 낸 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의 발언이 그렇다. “차 베스는 현대판 시몬 볼리바르가 되기를 꿈꾸지만 실은 하찮은 불량배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 라디오 가 2002년 4월 내놓은 논평 역시 마찬가지다. “부자들에게 대항하라고 가난한 이들을 선동하는 그의 열정적인 웅변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 미디어 감시그룹 ‘페어’(FAIR)의 스티브 렌달은 서방 언론이 베네수엘라를 암담한 독재체제로 집요하게 프레임화하는 것이 일부가 지적하듯 ‘서구 민주주의 모델 에 대한 집착’ 때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만일 그랬다 면 를 위시한 미국 언론이 2002년 반차베 스 쿠데타에 열렬히 환호하지 않았을 것이며, 부정부패 로 물든 미국 선거제도를 오히려 더 걱정했을 것”이란 이 유에서다. 인권에 대한 지대한 관심 때문이었을까? 역시 그는 냉소적이다. “인권이 문제였다면, 서구 기자들은 차 베스 집권 14년 가운데 상당 기간을 차라리 미국의 여러 우방국을 비롯해 베네수엘라보다 훨씬 참담한 인권 실태 를 자랑하는 국가들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어야 한다.”
사회학자 그레고리 윌퍼트는 ‘차베스 사후의 베네수엘 라’를 전망했다. 그의 논조는 대체로 낙관적인데, 그 근거 는 차베스에 대한 서민과 중산층의 탄탄한 지지도다. 전 략산업 국유화, 국영기업의 노동자 협동조합 전환, 지역 자치위원회 설립, 농업개혁, 극빈자 복지 프로그램이 과 거 정권들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해온 대중을 ‘볼리바리안 혁명’에 대한 충실한 동조자로 바꿔놓은 덕분이다. 또 하 나의 근거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란 존재다. 요컨대 “미 국의 개입이 현실적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한, 차베스 정부를 구성했던 다양한 세력들의 규합은 견고할 수밖 에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박정희 딜레마’국내 필자의 글로는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쓴 ‘보수주 의의 역설적 위기’가 눈에 띈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뤄진 박근혜의 집권이 ‘보수 의 승리’라기보다 “한국의 보수가 자기 한계에 도달한 완 성의 순간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그가 볼 때,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 보수의 뿌리로 여겨지는 ‘박 정희의 재현 불가능성’이다. 박근혜가 복제하려는 박정 희는 보수주의자라기보다 파시스트이자 반시장주의자 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효용성을 가질 수 없는 박정희를 확인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국은 민주주의와 시장주의 없이 유지될 수 없는 공간이 기 때문이다. 그의 전망은 이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균 형을 잃고 표류할 공산이 큰 상황에서 한국의 보수는 과 거 안정적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분열하게 될 것 이다. 보수의 경쟁이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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