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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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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유혹하는 순정 코드들

<빨간머리 앤> <피노키오> 등도 극장 찾아
등록 2013-01-05 00:54 수정 2020-05-03 04:27
호호호비치 제공,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호호호비치 제공,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강퍅한 삶을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들이 2013년 개봉작 목록 한켠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면, 또 다른 쪽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12년 말 에서 출발한 순정 코드에 대한 호응은 ‘순정만화 같다’는 경멸적 호칭에 대한 재해석이다. 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야생의 소년은 소녀에게 길들여져 두 사람의 추 억이 깃든 곳에서 무려 47년이나 소녀를 기다렸다. 인간의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늑대소년과 외로운 소녀의 애틋한 정서가 동화 같은 질감으로 그려 져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영화는 ‘순정’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현실과 떨어진 동화 같은 이야기에 치유받고 싶어 하는 이들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진짜 동화’들이 영화로 변주돼 관객을 찾는다. 1월10일 개봉 예 정인 은 1908년 쓰인 루시 모드 몽고 메리의 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에선 일본판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하다. 198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네 차례나 재방영된 애니메이 션이 100분짜리 극장판으로 재편집됐다. 겨울방학을 맞아 개봉일을 잡았 지만 막상 개봉을 기다리는 연령층은 20~30대 여성인 듯하다. 트위터(@ lemontreeliving)를 통해 시사회 참가 신청을 받고 있는 홍 보사 레몬트리에 따르면 조카나 아들, 딸과 함께 보겠다는 이들과 청소년 시 절의 정서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신청이 많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대학원생 윤지영(30)씨는 “이미 여러 번 봐서 다 아 는 이야기인데도 기대되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보다 덜 힘들었던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만화와 함께 기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던 엔조 달로가 이번에 는 를 영상에 담았다. 엔조 달로의 는 이탈리아의 소설 가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 그대로 대사를 쓰는 등 원전에 철저히 기댄 작품 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진다는 설정을 강조하며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는 교훈을 전하는 디즈니 버전과 달리 엔조 달로의 는 좌충우돌 모험의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2012년 부산 영화제를 찾은 엔조 달로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피노키오의 정신적인 측 면에 집중하고 싶었다. 피노키오의 행동 이면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제페토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며 피노키오 와 제페토의 성장을 동시에 지켜본다. 한동안 유행했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의 극장판인 셈이다.

이외에 원작 동화를 비틀고 재해석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2012년 연달아 개봉 한 를 원작으로 한 타르셈 싱의 와 루퍼트 샌더스의 에 이어 올해도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가 현대판으로 번안돼 개봉할 예정이다. 1월 현지 개봉을 앞둔 은 동화 의 15년 뒤를 그렸다. 마녀의 꾐에 빠져 숲 속 과자집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겼던 헨젤과 그레텔이 성인이 되어 마녀 소탕 작전을 벌이 는 이야기다. 에서 새로운 ‘훈남’으로 등극한 제러미 레너가 헨젤 역 을 맡았다. 3월에는 동화 를 판타지로 각색한 가 개봉할 예정이다. 를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 폰을 잡고 이완 맥그리거, 빌 나이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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