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규씨의 반려견 밀크. 강남규 제공
우리 부부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름은 밀크, 나이는 다섯 살이다. 2023년 4월에 입양해 2년8개월째 우리 곁에서 일상을 나누고 있는 작은 개다. 한 단체가 개최한 거리 입양제에 참가한 날, 신나게 뛰노는 개들 뒤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혼자 벌벌 떨고 있는 아이가 우리 부부 눈에 들어왔다. 그 겁 많고 소심한 모습이 우리 부부의 성격과 똑 닮아 보였다. 지금도 여전히 겁쟁이지만, 우리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한없이 오만방자한 개다.
입양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것을 충분히 논의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우리는 다음 질문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가 데려올 아이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 그 상실감을 견뎌낼 자신이 있는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돌봐도 개의 생명은 결국 우리의 생명보다 짧을 것이므로, 그 상실감과 고통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입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논의 끝에 우리는 입양을 결심했다. 사실 제대로 답할 방도가 없는 질문이긴 하다. 우리가 정말 견뎌낼 수 있을지는 그 시간이 실제 오기 전까지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니까.

반려견 풋코와의 이야기를 그린 ‘노견일기’의 정우열 작가(필명 올드독)는 풋코와 작별하고 2년이 지난 뒤부터 다른 개를 돌볼 결심을 하게 된다. 웹툰 ‘펫로스클럽’의 한 장면. 네이버 제공
그래도 반려견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나는 비교적 빠르게 결심할 수 있었다. 결혼 전 본가에서 함께 살아가던 반려견이 이른 나이에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나는 이미 ‘펫로스’를 한 차례 경험했고, 세상을 잃은 듯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견뎌냈다. 이겨낸 것이 아니라 견뎌낸 것이다. 아이가 떠났던 계절이 돌아오면 떠나보내던 그 순간이 생각나고, 아이를 닮은 다른 아이를 보면 날 반겨주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고, 아이가 좋아했던 산책로를 걸을 때면 함께 산책했던 기억이 되살아나지만, 그 모든 순간 느꼈던 기쁨을 떠올리며 견뎌낸다.
펫로스증후군. 반려동물이 생을 마감한 뒤 상실감과 우울감이 장기간 이어지는 증상을 일컫는다. 과거에 비하면 더는 낯선 증상이 아니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폭넓게 공감받지 못한 듯하다. 그 상실감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같은 상실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반려견 풋코와의 이야기를 그린 ‘노견일기’의 정우열 작가(필명 올드독)가 2025년 9월 연재를 시작한 웹툰 ‘펫로스클럽’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강아지를 매개로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노견일기’의 주인공 풋코는 스무 살까지 살아내고 2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뒤로 정 작가는 펫로스증후군과 관련한 유튜브 방송을 하거나 강연 또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해왔다.
정우열 작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펫로스클럽’의 이야기는 어느 날 풋코와 했던 약속에서 시작된다. 언젠가 풋코가 떠나 ‘개를 능숙하게 잘 돌보지만 자기 개는 없는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들의 반려견을 잠시 돌봐주거나 유기견을 임시로 보호하는 일을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풋코가 그 약속에 명시적으로 동의하거나 반대한 바는 없지만, 아무튼 정 작가는 풋코와 작별하고 2년이 지난 뒤부터 다른 개를 돌볼 결심을 하게 된다.
남의 반려견을 며칠씩 대신 돌봐주는 이야기, 그리고 남의 반려견을 돌보는 틈틈이 그린 작중작인 반려견을 잃은 사람들이 프리다이빙을 하며 치유되는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그런데 ‘펫로스클럽’의 이야기들은 도무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법이 없다. 풋코가 마킹행동(동물이 자기 영역을 표시하거나 감정 상태를 드러내기 위해 소변이나 냄새를 남기는 행동)을 했던 나무를 지날 때면 풋코와의 기억이 떠오르고, 잠자다가 남의 반려견이 토하는 소리에 깨서 풋코 이름을 외친다. 개는 모두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행동하지만, 그 다름들 속에서도 정 작가는 끝내 풋코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만다. 작중작을 열중해 그리다가도 어느새 무릎 위로 뛰어오른 남의 반려견을 돌보느라 작업을 수시로 멈춘다. 그래서 이야기가 자꾸만 뚝뚝 끊긴다. 정 작가의 일상이 풋코와의 기억으로 뚝뚝 끊기는 것처럼.

반려견을 보낸 뒤 시간이 흘러도 상실감은 그대로다. 다만 그 상실감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을 익혀가고 있을 뿐이다. 웹툰 ‘펫로스클럽’의 한 장면. 네이버 제공
풋코를 보낸 지 2년이 흘렀어도 상실감은 그대로다. 다만 정 작가는 그 상실감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을 익혀가고 있을 뿐이다. 작품 속에는 이런 마음을 설명하려는 표현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펫로스증후군이라는 건조한 말로는 도저히 못 담아낼 마음이기 때문일까.
풋코와 산책하다가 알게 된 동네 이웃도 반려견을 잃었다. 그 또한 가끔씩 ‘당근’(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남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알바를 구하고 있다. 그는 반려견을 잃은 상실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번 생에 이 상실감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저 그 안에서 익사하지 않고 그럭저럭 헤엄치면서 살아가는 거겠죠?”
풋코와 제주 바다를 같이 헤엄치며 놀던 노견 ‘나쵸’의 반려인도 정 작가에게 나쵸를 잠시 맡긴다. 청각과 시각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 나쵸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먼저 반려견을 잃은 정 작가는 이렇게 위로한다. “대자연이 우리에게서 소중한 걸 무심히 앗아가고 결국은 우리 모두를 스러져가게 하겠지만, 그래도 우린 의연히 가던 길을 가보시죠.”
그러고 보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풋코가 맺어준 인연들이다. 정 작가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 풋코를 돌봐줬던 이웃 부부, 풋코와 산책하다가 만난 반려인들, 풋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보게 된 남의 개들과 그들의 반려인. 작중작 또한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만나 프리다이빙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치유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주제는 펫로스증후군이다. 주인공들이 사랑한 반려동물은 지금 그들 곁에 없다. 하지만 동물들이 생전에 보였던 친화성과 다정함은 그들이 떠난 뒤에도 인간들을 서로 이어주는 매개로 작동하고 있음을 ‘펫로스클럽’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강아지별로 옮겨 가고도 인간 세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놀라운 존재들. 그리하여 또 한번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게 된다. 결국 ‘펫로스클럽’은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들이 떠난 존재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서로를 위로하고 회복하는 이야기다.

웹툰 ‘펫로스클럽’의 작중작 또한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만나 프리다이빙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치유되는 이야기다. 네이버 제공
나 또한 반려인으로 살아가며 비로소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이 돼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생면부지의 남과 우연히 말 한마디라도 섞어보는 일은 너무나 난도가 높다. 그런데 반려견과 함께라면 그 난도는 급격히 낮아진다. 반려견들이 먼저 서로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으면, 반려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반려견 이름과 나이를 물으며 말을 튼다. 그렇게 만남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반려인들끼리 반려견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반려견을 알아봐주고 예뻐해주는 이웃들과 가까워지는 일도 많다. 언젠가 반려견은 내 곁을 떠나겠지만, 그가 만들어준 인연들은 그 뒤로도 내게 남아 매 순간 강아지를 떠오르게 할 것이다.
반려동물의 영향력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일 뿐만 아니라, 반려인과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정우열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들을 저는 개를 통해 배웠어요. 이를테면 다른 존재와 소통하고 공존하는 삶, 동물권, 환경문제 같은 것들이죠.”
자신의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있다. 그들은 인간의 언어로 말하지 못할 뿐 몸짓과 표정, 소리와 눈빛으로 거의 모든 의사를 충분히 표현한다는 것. 그 사실을 한번 알게 된 사람은 남의 개와 고양이, 혹은 누구의 반려도 아닌 동물을 이전과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정 작가의 인터뷰도 그런 맥락에 있다. ‘다른 존재’의 의사표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과 소통하고 공존하는 삶을 깊이 고민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려동물은 떠났어도 나는 그들이 뒤흔들고 재정립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물리적으로는 이별했으되 여전히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얘기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그렇게 끝나면 안 되지 않을까. 네이버 제공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언젠가 결국 답하게 될 질문을 떠올려본다. “우리가 데려올 강아지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 그 상실감을 견뎌낼 자신이 있는가?” ‘펫로스클럽’ 속 정 작가는 풋코를 화장하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독백한다.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그렇게 끝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럼 개를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거니까. ‘개를 사랑했노라, 그러길 참 잘했노라.’ 내가 꼭 찾을게, 그런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나도 행복 속에 살아가며 그 길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려고 한다. 후회 없이 함께하여, 견뎌내며 살아가기 위해.
강남규 ‘토론의 즐거움’ 멤버·‘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2025년 3월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 밀크와 함께한 봄나들이. 강남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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