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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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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 엄마 손 잡고 ‘합숙 맞선’?

어머니 손잡고 결혼 향해 달려가는 싱글 남녀 10명… 스펙 거래 현장 최전선에 왜 어머니가 배치됐나
등록 2026-01-22 22:13 수정 2026-01-24 17:19
연애프로그램 ‘합숙 맞선’에서는 캐리어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싱글 남녀 10명이 어머니와 함께 5박6일간 합숙한다. SBS 제공

연애프로그램 ‘합숙 맞선’에서는 캐리어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싱글 남녀 10명이 어머니와 함께 5박6일간 합숙한다. SBS 제공


 

연애프로그램 ‘합숙 맞선’에서는 캐리어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싱글 남녀 10명이 어머니와 함께 5박6일간 합숙한다. SBS 제공

연애프로그램 ‘합숙 맞선’에서는 캐리어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싱글 남녀 10명이 어머니와 함께 5박6일간 합숙한다. SBS 제공


 

연애프로그램 ‘합숙 맞선’에서는 캐리어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싱글 남녀 10명이 어머니와 함께 5박6일간 합숙한다. SBS 제공

연애프로그램 ‘합숙 맞선’에서는 캐리어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싱글 남녀 10명이 어머니와 함께 5박6일간 합숙한다. SBS 제공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캐리어를 끄는 대신 어머니 손을 잡고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연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에스비에스(SBS) 신규 예능 ‘자식 방생 프로젝트-합숙 맞선’(이하 ‘합숙 맞선’) 이야기다.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합숙 맞선’은 “결혼하고 싶은 싱글 남녀 10명과 그들의 어머니 10명이 5박6일 동안 함께 합숙해 ‘결혼’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5박6일 동안 싱글 남녀의 날것을 보여주는 ‘나는 솔로’(이엔에이·ENA)에, 결혼하지 않은 자식 걱정이 태산인 ‘미운 우리 새끼’(SBS)의 어머니들을 합석시킨 모양새다. 차이가 있다면 어머니들이 스튜디오에 앉아 한숨 쉬는 관찰자가 아닌, 자녀의 연애와 결혼에 적극적인 ‘플레이어’이자 ‘중매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합숙맞선’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나오는 애니메이션. 어머니가 자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SBS 제공

‘합숙맞선’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나오는 애니메이션. 어머니가 자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SBS 제공


어머니가 “픽”한 상대와 데이트

아직 초반이지만 ‘합숙 맞선’은 의외로 어머니들 비중이 높다. 2030세대 출연자 소개를 어머니들이 한다. 각자 소개가 끝나면 자식들은 어머니들이 “픽(Pick)”한 상대와 데이트해야 한다. 보통의 연프는 낯선 타인과 부대끼며 발생하는 설렘과 긴장을 보는 맛이 있는데 ‘합숙 맞선’은 어머니들이 자녀와 상대 출연자들을 평가하고, 상대의 집안과 스펙을 빠르게 파악해 노골적으로 눈치 싸움 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합숙 맞선’ 론칭 소식을 들은 건 2025년 연말, 일본 연프 ‘불량 연애’(넷플릭스)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다. ‘불량 연애'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전직 야쿠자, 성인 업소 종사자 등 이른바 ‘불량배’로 낙인찍힌 이들이 편견을 넘어 서로의 상처와 결핍을 공유하며 진지하게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연프가 인간과 사회의 이해를 확장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 연애프로그램 ‘불량 연애'는 전직 야쿠자, 성인 업소 종사자 등 이른바 ‘불량배’로 낙인찍힌 이들이 편견을 넘어 상처와 결핍을 공유하며 진지하게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 연프가 인간과 사회의 이해를 확장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제공

일본 연애프로그램 ‘불량 연애'는 전직 야쿠자, 성인 업소 종사자 등 이른바 ‘불량배’로 낙인찍힌 이들이 편견을 넘어 상처와 결핍을 공유하며 진지하게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 연프가 인간과 사회의 이해를 확장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제공


‘불량 연애’뿐인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다운 포 러브’나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다운증후군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싱글들이 서툴지만 진지하게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 관심을 모았다. 이성애자뿐 아니라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퀴어들의 연애나, 이혼의 아픔을 겪은 돌싱들의 직진 로맨스까지. 연프는 ‘정상’의 범주를 계속 넓히며 진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연프의 세계에 어머니와 손잡은 연프의 등장이라. 다양성으로 뻗어나가는 연프 세계의 흐름을 역행하는 이 기이한 풍경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뜨악한’ 마음으로 보긴 했지만, 익숙하다는 생각도 했다. ‘합숙 맞선’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어떻게 이해되는지 보여주는 현실적 지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부모님이 결혼에 개입을 엄청 많이 합니다”라는 패널 서장훈의 말처럼, ‘합숙 맞선’은 결혼이 단순한 개인의 낭만적 결합이 아닌 집안 간의 거래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머니들은 “전체적으로 봐서 우리 집과 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며느릿감·사윗감을 찾고 자식들은 이성 출연자의 출신 학교와 직업을 언급하며 “현실이잖아, 결혼은”이라고 말하며 결혼에 관한 냉정한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결혼에 관한 이런 ‘현실적’ 가치관은 남자 출연자들의 자기소개 이후 여자 출연자의 어머니들이 딸의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장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직업이 변호사인 3번 출연자에게 5명 중 3명의 여자 출연자와 어머니가 몰린 것이다. 여자 출연자들의 자기소개 이후 결과도 비슷했다. ‘세 자녀 모두 음악과 미술을 전공시킨 집안의 셋째 딸’에게 3명의 남자 출연자와 어머니가 몰렸다. “안정적인 직장과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을 찾거나 “능력이 되시고 우리 딸아이를 케어해주실 수 있다면 저희 딸을 선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여성 출연자 어머니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서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투자’이자 ‘거래’다.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결혼에 관한 한국 사회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합숙 맞선’에서 어머니들은 ‘결혼시장’에서 자식들을 우량주와 합병시키기 위한 거래의 최전선에 배치된다. SBS 제공

‘합숙 맞선’에서 어머니들은 ‘결혼시장’에서 자식들을 우량주와 합병시키기 위한 거래의 최전선에 배치된다. SBS 제공


입시전쟁 지나 결혼시장에서 ‘선수 등판’

이런 장면이 비단 ‘합숙 맞선’만의 특징은 아니다. ‘나는 솔로’도 비슷하다. 배우자로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에 “서울 자가”나 “연봉 얼마”를 언급하는 건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기 관리의 결과물인 외모도 매력 ‘자산’이 된다. 아예 결혼정보회사를 예능화한 프로그램인 ‘커플팰리스’(엠넷·Mnet)나 유튜브 콘텐츠 ‘솔로정보회사’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결혼이 목표인 연프들은 점차 ‘사랑’의 과정보다 결혼시장에서의 ‘스펙’을 전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합숙 맞선’도 이런 흐름 위에 있다. 겉으로는 내면을 중요하게 여긴다지만, 집안·학벌·직업 등 외부 조건이 그의 내면과 매력을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으면 인성이 보장되고, 서울대 출신이면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온 바람직한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합숙 맞선’이 반영한 세태는 이것만이 아니다. 단순히 조건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조건들을 관리하고 협상하는 실질적 주체로 어머니들을 거래 테이블에 직접 앉힌다. 왜 하필 어머니들이 노골적인 거래 현장의 최전선에 서게 되는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엄마’는 독특한 지위를 갖는다.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동시에, 그 시스템을 가장 성실하게 수호하는 ‘중간관리자’에 가깝다. 지난 수십 년간 어머니들은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서울 목동이나 대치동 등지에서 사교육 시장을 주도했고, 부동산의 ‘큰손’으로 활약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며 가족의 계급을 상승시키거나 최소한 방어해낸 것은, 아버지들의 월급이 아니라 어머니들의 정보력과 실행력이었다.

이런 역할 수행이 가능했던(강요됐던) 것은 가부장 사회에서 어머니들이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 헌신하는 존재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 재산 관리 그리고 결혼 중개까지. 모두 ‘가족을 위한’ 일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들에게 전가된 노동이다. ‘합숙 맞선’은 이런 어머니들의 노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가시화한다. 입시전쟁에서 자녀를 이른바 명문대에 보냈듯, 결혼시장에서도 “가장 예쁠 때”(가치가 높을 때) 가장 안전한 우량주와 합병시키기 위해 직접 선수로 등판한 것이다.

어머니들의 이런 실천은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사회는 어머니들의 실천을 당연하게 여기며 부추기지만, 존중하지 않는다. 가장으로서 아버지들의 노동은 숭고하게 여겨지며 공적 가치를 인정받지만, 어머니들의 투쟁은 사적 영역에 머문다. 단순하게 사적 영역에 가두기만 하면 다행인데, 결정적 순간에는 멸시하거나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한다. 이런 어머니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은 미디어의 소재가 되곤 했다. ‘돼지엄마’에서 ‘맘충’으로 호명됐고, ‘제이미 맘’을 넘어 최근에는 ‘중년남미새’(방송인 강유미가 그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아들 엄마’. 여성에게는 적대적이며 남성에게는 우호적인 캐릭터로 희화화하며 연기해 논란이 되었다.)로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맘·엄마·어머니로 호명되는 여성은 주로 무례하고 극성맞으며, 여성을 적대시하고 남성을 탐하는 속물적 존재로 소비된다.

낡은 가부장제 문을 여는 프로그램
여성 출연자가 자기소개를 한 뒤 ‘남성출연자-어머니’팀이 데이트 상대를 선택한다. SBS 제공

여성 출연자가 자기소개를 한 뒤 ‘남성출연자-어머니’팀이 데이트 상대를 선택한다. SBS 제공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합숙 맞선’ 속 어머니들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이들의 등장은 자녀 결혼이 여전히 ‘어머니의 과업’이라는 낡은 관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중이 씹고 뜯을 수 있는 ‘익숙한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 제작진은 어머니들이 내 자식을 ‘좋은 집안의 배우잣감’과 매칭시키려는 노력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속물적 욕망이 드러나는 찰나를 기민하게 포착한다. 관심 있는 출연자의 연봉을 대놓고 묻거나, 마음에 둔 출연자의 직업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식이다. 물론 ‘합숙 맞선’은 아직 그런 어머니들을 ‘귀여운 모성’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필터는 매우 약하다. 귀여움과 무례함, 현실적인 것과 속물적인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편집점 하나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점은 방송사의 ‘의도된 편집’ 여부가 아니다. 그 편집 뒤에 숨겨진, 시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흐름 그 자체다.

앞서 언급한 ‘불량 연애’ 등 다수의 연프가 편견과 장애를 넘으며 ‘개인’의 외연을 넓혀갈 때, ‘합숙 맞선’은 실패하지 않는 거래를 위해 낡은 가부장제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속에서 어머니들은 자녀의 평탄한 미래를 위해 기꺼이 ‘욕먹는 관리자’를 자처했다. 어머니들의 관리를 받는 이 안전한 온실 속에서, 과연 개인의 성장과 어른의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합숙 맞선’은 한국 사회 속 우리 시대 결혼의 의미를 직면하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아직’ 개인 간의 결합이 아닌 ‘가족의 문제’이며, 낭만의 영역이 아닌 철저한 ‘계급 재생산의 수단’임을 이 프로그램은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적나라한 현실 인식 앞에서 질문이 생긴다. 과연 이것이 우리의 지향점일까? 대답의 실마리는 프로그램 제목인 ‘자식 방생’에 숨어 있다. ‘방생’(放生)은 주인이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시혜적 행위다. 즉, 그 주체는 여전히 부모다. 하지만 개인은 부모가 자비를 베풀어 놓아줄 때가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그 손을 뿌리치고 ‘탈출’하거나 ‘독립’을 선언할 때 비로소 탄생한다.

이 기이한 합숙의 끝이 ‘불화’이기를

‘합숙 맞선’의 내용이 진행될수록 어머니들과 자녀들의 갈등이 전면화될 것이다. “부모님이 결혼에 개입을 엄청 많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구시대의 관습과 연애와 결혼은 당사자의 일이라는 새로운(당연한) 가치관은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 충돌을 통해 비로소 개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이한 합숙의 끝은 ‘불화’여야 한다. ‘방생’이 아니라 ‘탈출’이어야 한다. 나는 ‘합숙 맞선’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았던 손들이 그 손을 놓고 각자의 캐리어를 쥐어 끌고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수경 자유기고가·‘드라마의 말들’ 저자

 

 

 

 

 

어머니들의 출연 비중이 높은 연애 프로그램 ‘합숙 맞선’. SBS 제공

어머니들의 출연 비중이 높은 연애 프로그램 ‘합숙 맞선’.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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