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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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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나와 수다떠는 갤러리

강영민의 동네갤러리,‘그문화’
등록 2012-06-06 16:37 수정 2020-05-03 04:26
동네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는 김남균 ‘그문화’ 갤러리 대표.  강영민 제공

동네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는 김남균 ‘그문화’ 갤러리 대표. 강영민 제공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저는 지금 5월의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과일펀치를 마시며 포크밴드들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있는 ‘그문화’라는 동네갤러리입니다. 마침 이 갤러리가 상수동·당인동에서 주최한 골목문화축제 ‘오월의 어느 날’을 열고 있거든요.

갤러리면 갤러리지 웬 ‘동네’가 붙냐고요? 그건 여기가 정말 동네갤러리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에 갔을 때 골목에 들어설라치면 자전거포·세탁소 등과 나란히 붙어 있는 동네갤러리와 마주치곤 했습니다. 갤러리 대표와 자전거포 할아버지는 골목에 나란히 앉아 신문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죠. 그 모습이 참 고즈넉하고 품위 있어 보였습니다. 상류사회 해바라기 일변도인 우리의 갤러리 문화와는 다른 풍경이었죠.

물론 서울 청담동·평창동에 있는 갤러리도 동네갤러리입니다. 그 앞에 ‘부자’가 생략돼 있을 뿐이죠. 제가 아는 한 갤러리의 인턴사원은 출근해서 처음 한 일이 글쎄 손님들에게 내갈 포도에서 씨를 빼는 일이었다네요. VIP 손님을 위한 갤러리 쪽의 극진한 배려라고나 할까요? 최근 재벌들의 비자금 이야기에 곁들여지는 일부 갤러리에 대한 보도를 보면, 그들은 우리 일상을 초월해 사는 사람들 같아요. 그들이 원하는 건 ‘돈 내’ 갤러리는 아닐는지. 어쨌든 이분들이 절대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문화 갤러리’는 우리 동네갤러리입니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검둥이라는 2년생 순둥이 강아지가 반겨줍니다. 인사성 밝은 갤러리 대표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작품 설명도 잘해줍니다. 우리나라 근대 개발의 상징이며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거리는 고단한 역사를 가졌음에도 퍽 고상합니다. 발전소 때문에 건축물 고도제한에 걸려 성장을 못했거든요. 그 바람에 월세가 싸서 젊은 문화예술인이 많이 거주합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갤러리를 가진 이 동네, 경제성장은 모르겠지만 문화성장은 확실해 보입니다.

동네 분위기가 좋아 저도 축제 기간에 맞춰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 핑계로 매일 이 골목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과 막걸리에 파전도 먹고요. 오래된 동네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광장도 필요하고 골목도 필요합니다. 광장에는 담화가, 골목에는 담소가 있습니다. 광장이 문화의 대동맥이라면, 골목문화는 문화의 실핏줄이라고나 할까요? 어떻습니까, 동네갤러리에 한번 마실 나와 보시는 건.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도 쐬고 차 한잔하며 작품도 감상해보시죠.

마을마다 사랑스런 동네갤러리를 하나씩 갖는 것. 이게 당신과 나누고 싶은 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입니다.

팝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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