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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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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페스티벌, 네 멋대로 해라

빅뱅, DJ DOC, 김완선 등 라인업에 포함돼 뜨거워진 록 페스티벌 논란…이것이 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등록 2011-07-29 15:18 수정 2020-05-03 04:26
예스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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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릴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폭우로 공중분해된 공연이 한동안 비극적 악몽이자 오래된 향수처럼 회자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페스티벌이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로 부활하고 다음해엔 비슷한 규모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 시작되고, 급기야 2009년 펜타포트로부터 지산 록 페스티벌이 세포분열하며 한국은 돌연 음악 페스티벌의 신천지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충돌과 갈등이 커뮤니티 밖으로 새어나온 것도 록 페스티벌이 대중화된 결과일 것이다.

미안하다, 록 스피릿은 없다

겨우 5년 사이에 한국 록 페스티벌은 궤도에 올랐다고 여겨진다. 특히 지산과 펜타포트는 양 축으로 공전하며 일종의 균형을 만든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구축된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우려와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이를테면 ‘록 스피릿’은 사라지고 순수해야 할 페스티벌이 상업화됐다거나, 음악보다는 그저 여름휴가를 즐기려고 페스티벌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불평이다. 과장으로 보이겠지만 아뿔싸, 이것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언론 기사에서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때 핵심은 음악 페스티벌이 어째서 진짜와 가짜 팬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있을 것이다.

지난 5년 새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은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2010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 모습. 예스컴 제공

지난 5년 새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은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2010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 모습. 예스컴 제공

이에 대해선 팬덤 이론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팬덤을 그저 팝문화의 산물, 요컨대 아이돌 산업의 잉여가치 정도로 여기지만, 팬덤의 본질은 대상이 아이돌이든 록스타든 언더그라운드 래퍼든, 하다못해 정치인이든 동일하다. 대상에 대한 선망과 구별짓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열망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특별한 소수 그룹(물론 거기엔 ‘내’가 있다) 간의 차별화로 수렴되는데, 요약하면 ‘나는 너와 다를 뿐 아니라 심지어 순수하다’는 믿음이다. 게다가 이것은 선험적인 가치다. 나는 그 아이돌 그룹이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저 록밴드가 상업성과 타협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나는 그 정치인이 현장에서 투쟁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 페스티벌이 록 스피릿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팬질’을 더욱 고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것은 산업 안에서 관습화된 오해다. 애초에 순혈주의는 존재했던 사실이 아니라 존재하길 바라는 믿음으로 구현된다. 록 이데올로기는 그게 허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현실을 배회하는 유령, 실체 없는 맹목일 뿐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이런 담론이 형성되고 영향력을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적이다. 그렇게 겪지도 못한 순수의 시대를 열망하느니 차라리 (다소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대중문화 산업이 선사하는 스펙터클한 쾌락 자체에 집중하는 게 더 생산적일지 모른다.

지산은 ‘록’, 펜타포트는 ‘락’인 이유

논점은 또 있다. 펜타포트와 지산의 공식 표기는 미묘하게 다른데, 지산은 ‘록 페스티벌’이라 쓰고 펜타포트는 ‘락 페스티벌’이라 쓴다.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는 의외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양대 페스티벌 라인업의 차이기도 하고, 특정 장르에 대한 편견이기도 하며, 각 페스티벌의 기반과 정체성과 은밀히 연관된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록’과 ‘락’의 차이는 콘과 스웨이드의 거리이자 인천시 외곽 공터와 경기도 내 고급 리조트의 거리, 또한 페스티벌 라인업에 포함된 아이돌·댄스 그룹과 록밴드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물론 과대망상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망상이 아니면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과 탑, 태양의 출연이, 지산 ‘록’ 페스티벌에서는 김완선과 DJ DOC, 유브이와 정진운(2AM) 밴드가 논란이 되는 걸 이해하기도 어렵다. 농담 같지만 ‘록’과 ‘락’은 놓이는 위치에 따라 취향과 이데올로기를 (재)구성하는 정치적 맥락을 취득한다.

(주)CJ E&M 제공

(주)CJ E&M 제공

흥미로운 건 이런 관점이 유독 국내 음악가들에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는 일렉트로니카 댄스음악의 최전방이라 평가받는 엘시디(LCD) 사운드시스템이, 지산 ‘록’ 페스티벌에는 1980년대 신스팝의 핵심인 펫숍보이스가 무려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는데, 그렇다면 유브이와 펫숍보이스의 음악적 실천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누가 설명해주면 좋겠다. 심지어 빅뱅의 음악이 점점 ‘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Love Song)은 명백히 ‘유투(U2) 워너비’였다)을 ‘지산뱅크’와 ‘펜타포트중심’이라고 비아냥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다. 다시 말해 최근 벌어진 논란, 오래되고 구태의연하지만 웬일인지 대머리 정치인처럼 죽지도 않고 또 오는 ‘록 정신’이란 이데올로기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편견의 다른 이름이자 음악산업에 대한 몰이해의 산물이다. 심지어 맹목적이다. 그저 ‘롹’은 아티스트의 자유의지가 (어떻게든?) 반영되고 (무언가에?) 거칠게 저항한다는 믿음이 있을 뿐인데, 그게 얼마나 모호하고 허약한 것인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는 건 문제적이지 않은가. 메이저 기획사와 아이돌과 매스미디어가 그냥 싫은 게 아니라면 SM과 YG를 혐오하는 만큼 소니엔터테인먼트와 EMI와 유니버설도 엿 먹여야 할 것이다.

록은 그저 구성될 뿐이다

영국의 음악평론가 사이먼 프리스 교수는 그의 역사적인 저서 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결국 록의 사회학은 그 연구 대상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질문은- 내가 아직까지 회피한 것인데- 록이 무엇인가 하는 것일 것이다.” 자, 이게 화두다. 록은 과연 무엇인가. 일단 내 답은 ‘별거 아니’란 거다. 혹시 다른 답을 찾으신 분? 야 맨, 푸처핸섭!(손들어봐요!)

차우진 음악평론가




뮤직커밸 제공

뮤직커밸 제공


돌아온 모던록 밴드, 델리스파이스
“다시 엔진을 켜고 무대로”

한국 모던록 대표주자 ‘델리스파이스’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3년 만에 팬들 앞에 선다. 그들이 오랜 공백 끝에 대표곡 를 연주하는 순간은 팬들에게도 밴드에게도 감격이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윤준호는 “이 노래를 부를 때면 항상 관객에게 ‘엔진을 켰습니까’라고 물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오래 엔진을 꺼뒀다. 이번 무대에서 이 곡을 시작할 때, 우리가 다시 엔진을 켰구나 하는 감회가 드높을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김민규는 “연어가 자기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쉴 동안 멤버들이 철저히 각자 시간을 가졌더니 다시 만난 반가움이 두 배더라”고 했다.
돌아온 델리스파이스는 팀 구성이 달라졌다. 드럼을 맡았던 최재혁이 프로젝트 밴드 옐로우몬스터즈에 합류하기 때문에 김민규·윤준호와 새로운 드러머가 무대에 오른다. 바뀐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김민규는 전화 인터뷰에서 “9월에 나올 새 앨범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전엔 소박한 생톤이 담긴 자연스러운 밴드 연주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전자음악 요소를 많이 들여왔다”는 것이다. 윤준호도 “쉬는 동안 어떤 스타일이든 시도해보고 싶은 유연함이 생겼다. 음악적 고집은 줄어들고 인간적으로 변한 것 같은데 연주에도 그런 변화가 드러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중 일부가 이번 무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닮은 신곡 는 델리스파이스 음악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이 될 것이라는 귀띔이다.
그러나 아예 안면을 바꾼 것은 아니다. 델리스파이스 본연의 색깔에 가장 가까운, 통기타 하나와 목소리로 이뤄진 곡도 있단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밴드를 시작한 1990년대는 온갖 다양한 음악 장르들이 쏟아졌던 시대다. 우리는 모던 록이나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을 받아서 밴드를 시작했지만 뉴웨이브를 들으며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찾는 새 길은 결국 그때 씨앗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새 앨범의 곡들을 쓴 김민규의 말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브릿팝 밴드 스웨이드
오로지 음악 위해 모이는 건 아름다워

1990년대 초·중반 등을 히트시키며 영국 브릿팝(Brit-pop)을 대표하는 밴드로 우뚝 선 스웨이드. 2003년 해체했다가 2010년 재결성한 그들이 마침내 한국을 찾는다.
리더인 브렛 앤더슨(보컬)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런던에서 열리는 ‘청소년 암 기금 모금 행사’ 주최 쪽에서 스웨이드로 참여해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멤버들과 얘기해보니, 다들 스웨이드로서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고 여겼다”고 재결성 이유를 설명했다. 스웨이드의 또 다른 축이던 원년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는 재결성에 참여하지 않았다. 앤더슨은 “버틀러는 지금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 걸 꺼린다. 그에겐 개인 작업을 하는 게 훨씬 더 큰 행복감과 안정을 준다”고 버틀러와의 결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해체 경험은 스웨이드 음악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올여름 전세계 음악 페스티벌을 돌며 새 곡 작업을 진행 중인 스웨이드 멤버들도 궁금해하는 문제다. 앤더슨은 “지금은 공개하고 싶지도 않고 무언가를 완성하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1990년대 영국 음악에서 느껴지는 맥주에 절어 휘청거리는 듯한 음악은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하려는 방향은 기존의 그러한 모든 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었고, 항상 우리만의 길을 개척해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에 대해 그는 “완벽한 준비를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모험을 감수하며 곡을 선택하고 반응을 지켜보려 한다. 기대하는 게 있다면 다른 밴드들의 무대를 보는 것이다. 순수하게 오로지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논란의 힙합팀, DJ DOC
“10년 만에 밴드와 함께 신나”

이토록 친숙하지만, 이처럼 반항적인 팀이라니! 데뷔 18년째를 맞는 DJ DOC가 터뜨린 직설만 두고 보면 록 페스티벌 무대가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힙합팀 참여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 그들이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감회를 전자우편으로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DOC는 완전한 힙합팀, 1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무대 위에서 관객과 우리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팀은 맞다. 그런 이유로 참여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이번 무대 역시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DJ DOC답다. 리더 이하늘의 목소리로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한 답변이다.
한국의 좁은 힙합 무대에서 그동안 그들은 브라운관에서 더 익숙한 힙합 그룹이라는 현실에 갇혀 있었다. 힙합팀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화의 기회를 활용하는 영리함도 보여왔다. 8월3일부터 시작하는 뮤지컬 에서 그들의 음악은 뮤지컬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록 페스티벌은 ‘힙합전사’인 그들에게도 부푼 꿈이다. “방송이 아닌 라이브 무대에서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 건 10년 만의 일인데, 10년 전 그때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오랫동안 가슴에 새겨온 만큼 이번 무대가 많이 설렌다”고 했다. 그들은 7월29일 밴드 세렝게티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
한국에 팬 있다는 게 놀랍고 감사하다

‘제2의 노라 존스’로 불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에게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는 건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리실라 안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외가 식구들이 살고 있는 한국은 내 가슴속에 특별한 곳으로 각인돼 있다. 내가 지닌 순수한 톤의 목소리도 노래를 잘하는 엄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이름인 ‘프리실라 내털리 하트랜프트’ 대신 어머니 성을 붙여 ‘프리실라 안’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데뷔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내 원래 성의 발음과 철자가 너무 어려워서 어머니 성을 붙였어요. ‘안’이라는 성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평화’를 뜻한다는 얘기를 듣고 더욱 마음에 들었어요. 열성적인 음악팬이자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진 외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고요.”
그는 재즈 전문 레이블 블루노트와 계약하고 2008년 데뷔 앨범 를 발표했다. 블루노트가 배출한 팝스타 노라 존스의 뒤를 잇는 재목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블루노트 같은 전통 있는 음반사에서 일한다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노라 존스와 비교되는 것 역시 굉장한 칭찬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음악이 그에게서 영향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두 차례 내한공연을 한 그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국 팬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 내 팬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감사하다. 이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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