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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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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된 광화문 잃어버린 광장

BTS노믹스의 자원이 된 시민… 공공성 상실이 ‘일회성 이벤트’여야 하는 이유
등록 2026-03-28 16:39 수정 2026-03-28 16:44

 

(도비라 사진) 방탄소년단(BTS)이 2026년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도비라 사진) 방탄소년단(BTS)이 2026년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은 하나의 문화 이벤트로 소비됐지만, 그것을 단순한 공연으로 이해하는 것은 이 사건의 핵심을 놓치는 일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 장면은 한국 대중문화의 성취를 상징하는 순간으로 받아들여졌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서울의 중심에서 공연하고, 시민 수만 명이 그 공연을 함께 경험하며, 그 모습이 전세계로 중계되는 것은 분명 인상적이다. 이는 문화적 자부심과 국가적 성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장면을 조금만 더 분석적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질문이 등장한다. 이 공연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이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이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 이 질문은 공연의 성과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가능하게 한 조건을 묻는 것이다.

 

공연을 위해 재편된 광화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열리는 2026년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진행요원들이 화재 비상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열리는 2026년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진행요원들이 화재 비상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BTS 공연은 단순히 좋은 콘텐츠가 좋은 공간을 만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특정한 콘텐츠가 작동할 수 있도록 공간이 재구성된 결과다. 광화문은 공연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공연을 위해 재편됐다. 공간은 사전에 구획됐고, 동선은 설계됐으며, 시민의 접근과 이동은 계획된 흐름 속에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공간은 더 이상 열린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특정한 경험을 생산하기 위한 구조로 변한다. 광장은 더 이상 다양한 가능성을 수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한 장면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이런 변화는 겉보기에는 자연스럽다. 대규모 공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리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라, 관리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공공공간에서 관리란 본래 제한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요소였다. 다양한 행위가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벤트 중심 공간에서는 이 원칙이 뒤집힌다. 통제가 기본이 되고, 자유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 전환은 단순한 운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공공공간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광화문은 오랫동안 말하는 공간이었다. 시민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사회적 갈등을 표면화하며, 집단적 기억을 형성하는 장소였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억 행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존했다. 침묵과 발언, 애도와 분노가 한 공간 안에서 겹치며 공공성의 밀도를 형성했다. 이어 2016~2017년 촛불집회에서는 수백만 명이 각기 다른 요구와 감정을 가지고 모였고, 그 충돌과 중첩 속에서 광장은 민주주의의 실천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이 공간에서는 질서보다 충돌이 먼저였고, 통제보다 표현이 우선이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했고, 그 목소리들은 겹치고 부딪치면서 공간의 의미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은 불편했고, 때로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공공성의 핵심이었다. 공공공간은 정리된 곳이 아니라 열려 있는 곳이며,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는 곳이다.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 현장. 넷플릭스 제공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 현장. 넷플릭스 제공


 

발언은 배제되고 환호만 가능한 곳

 

 

공공공간의 핵심은 접근이 아니라 사용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그것이 공공공간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다. 공공공간은 하나의 기능으로 환원되지 않는 공간이며, 서로 다른 행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발언하고, 누군가는 머물고, 누군가는 지나간다. 이러한 다층적 사용이 유지될 때 공공성은 유지된다.

그러나 BTS 공연이 열린 광화문에서는 이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시민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이미 규정돼 있었다. 어디에 설 수 있는지, 어디로 이동할 수 있는지,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가 사전에 결정돼 있었다. 발언은 불가능했고, 개입은 제한됐으며, 행동은 통제된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이런 변화는 공간의 물리적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공연 당일 광장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었고, 각 구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리됐다. 일부 구역은 특정 인원에게만 입장이 허용됐고, 나머지 공간에서도 이동은 자유롭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위치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시민은 더 이상 공간을 구성하는 주체가 아니라, 공간 속에 배치되는 존재가 되었다.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흐름이 되고, 머묾은 자유가 아니라 위치가 되었다. 시민은 공간을 사용하는 존재에서 공간에 의해 관리되는 존재로 이동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공공공간에서의 주체성 변화를 의미한다.

이 변화는 표현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광장에서의 참여는 본래 발언이었다. 시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른 목소리에 반응하며 공간의 의미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공연 공간에서는 참여가 반응으로 바뀐다. 시민은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는 존재가 된다. 박수와 환호는 가능하지만, 발언은 구조적으로 배제된다. 이 변화는 공공공간의 정치적 기능을 약화한다.

또한 이 변화는 매체와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된다. 공연은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촬영되고 편집되며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이 과정에서 광화문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카메라는 공간을 선택적으로 보여주고, 특정 장면만을 강조한다. 질서와 열광은 강조되지만, 통제와 제한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이미지로 압축된다.

플랫폼은 이 이미지를 반복하고 강화한다. 특정 장면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특정 감정은 증폭된다. 실제로 유튜브 쇼츠에서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 환호하는 관객, 클라이맥스의 안무, 눈물짓는 순간만이 짧게 편집돼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공공공간은 점점 콘텐츠로 변하고, 시민의 경험은 소비 가능한 장면으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공공공간은 사회적 공간이 아니라 미디어 공간으로 이동한다.

 

데이터로 전환되는 시민의 감정
방탄소년단(BTS)이 2026년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연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응원봉과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2026년 3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연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응원봉과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장에서의 감정은 원래 단일하지 않다. 분노와 슬픔, 기대와 불안, 기쁨과 피로가 동시에 존재하고 서로 충돌하며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 감정의 다층성이 공공공간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나 공연이 조직된 공간에서는 이런 감정의 복잡성이 줄어든다. 공간은 특정 감정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그 감정은 반복적으로 강화된다.

공연에서 요구되는 감정은 분명하다. 열광, 환호, 몰입이다. 이 감정은 무대 구성, 음악 흐름, 조명 변화, 관객 위치, 화면 연출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도된다. 감정은 개인의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장치에 의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점점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공유되는 상태로 이동한다. 동시에 다른 감정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의문, 거리감, 불편함 같은 감정은 드러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 감정은 다시 데이터로 전환된다. 공연에 참여한 시민의 움직임, 반응, 체류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다. 환호의 강도, 참여의 밀도, 주목의 방향은 모두 측정 가능한 지표가 된다. 이 데이터는 이후 공연 기획과 콘텐츠 제작, 플랫폼 유통에 활용된다. 시민의 경험은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된다.

이 지점에서 시민의 위치는 다시 변화한다. 시민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데이터가 된다. 그의 경험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수집되고 분석되며 다시 활용되는 자산이 된다. 공공공간에서 발생한 경험이 사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공공성과 시장의 경계는 이 지점에서 흐려진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BTS노믹스’라는 담론이다. BTS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수치로 환산되고, 그 수치는 정책과 산업 전략의 근거로 사용된다. 생산 유발 효과, 관광 수입, 브랜드 가치 상승 같은 지표는 이 공연의 성과를 설명하는 주요 언어가 된다. 이 담론은 매우 강력하다. 수치는 설득력을 갖고, 성공은 반복돼야 할 모델이 된다.

그러나 이 담론은 중요한 것을 가린다. 공공공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통제됐는지, 어떤 행위가 제한됐는지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측정 가능한 것만 남고, 측정되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 공공성, 표현의 가능성, 공간의 다양성 같은 요소는 경제적 지표로 환산되지 않기 때문에 논의에서 배제된다.

이 과정에서 공공공간은 점점 산업적 관점에서 이해된다. 공간은 시민의 권리가 실현되는 장소가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자원으로 인식된다. 어떤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지, 어떤 이벤트가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내는지가 공간 사용의 기준이 된다.

결국 공공공간은 점진적으로 재편된다. 다양한 사용이 가능한 공간에서 특정 방식으로만 사용되는 공간으로 이동한다. 광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가능한 행위의 범위는 줄어든다. 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변화지만, 매우 구조적인 변화다.

이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결과다. 공공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선택이 반복되면서 현재의 구조가 형성됐다. 공공공간은 항상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갖는다. 그것은 이벤트를 수용할 수도 있고, 일상적인 사용을 유지할 수도 있으며, 정치적 발언의 장소로 기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기능이 중심이 되는가다. 특정 기능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면, 다른 기능은 점점 약화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다. BTS처럼 공공공간을 이벤트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그것이 유일한 방식이 되는 것이 문제다. 공공공간은 특정 목적을 위해 완전히 전환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광장은 다양한 사용이 동시에 가능해야

 

이 기준은 단순하다. 공간이 열려 있는가, 다양한 사용이 가능한가, 특정 목적이 전체를 지배하지 않는가. 이 조건이 유지될 때 공공성도 유지된다. 2002년 월드컵 때도 광장은 대규모 이벤트로 조직됐지만, 그것은 현장 중심의 일회적 집합이었다. 응원이라는 강한 감정이 공간을 지배했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그 구조도 함께 해체됐고, 광장은 다시 다양한 목소리가 유입되는 공간으로 돌아갔다. 이후 2008년과 2016~2017년 촛불을 통해 그 가능성은 실제로 확인됐다.

반면 BTS 공연은 처음부터 플랫폼 중계를 전제로 구성된 사건이다. 공간은 현장을 넘어 카메라와 편집을 통해 재구성되고, 특정 장면과 감정이 반복적으로 유통된다. 과거의 광장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광장은 ‘이미지로 남아 계속 호출되는’ 공간이다. 이 차이는 점유의 성격을 바꾼다. 일시적 점유가 아니라, 의미와 감정이 지속적으로 고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문제는 이벤트 자체가 아니라 그 반복 가능성이다. 특정 형식이 표준이 될 경우, 공간은 점점 단일한 사용 방식으로 수렴된다. 공공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능에 밀려 주변화되는 것이다.

 

박미숙 대중문화 독립연구자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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