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작은집박쥐’ 코라의 모습. 박쥐구조센터 제공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몸길이 3㎝에 불과한 ‘한국 박쥐’ 한 마리가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도착했다. 2025년 5월7일 아침 7시였다. 약 13시간 전, 약 8290㎞ 떨어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B777F 화물기 속 화물 컨테이너 외벽에 발톱으로 매달린 채였다. 뒤늦게 붙여졌지만, 이 박쥐의 이름은 ‘코라’. 한국(Korea)에서 왔다고 여겨졌기에 붙은 이름이다.
여행 거리만 놓고 보면 코라는 역사상 가장 먼 길을 건넌 박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코라가 남긴 것은 기록이 아니라 물음이었다. 의도치 않게 국경을 넘은 이 작은 생명을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없을까. 그 물음 앞에서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연구자들,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라의 송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21이 작은 생명이 여러 나라에 남긴 흔적을 찬찬히 따라가봤다.
“인천에서 출발한 국제 화물기를 통해 들어온 집박쥐 한 마리를 유럽 동물복지 및 생물안전 규정에 따라 보호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비행할 수 있고, 밀웜을 스스로 먹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한국의 자연 서식지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자연보전 관련 법률과 송환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2025년 6월4일 오스트리아 빈의 박쥐구조센터(Fledermaus Station) 대표 카타리나 라이베체더가 한국의 정부기관들과 환경단체들에 전자우편을 보냈다. ‘팔뚝 길이 30.0㎜, 다섯째 손가락 길이 36.3㎜’1 같은 상세한 동정(同定·생물의 종을 확인하는 과정) 자료와 함께, 이 박쥐가 건강하며 감염 위험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각종 문서도 첨부했다. 빈 공항 소방대의 마르쿠스 빈클러 수석행정관이 작성한 구조 보고서, 라이터구청 수의당국 알렉산드라 돌리슈카 박사의 인계·관리 기록, 전문 검역기관 라보클린의 에바 칸트 검사실장이 발행한 기생충·항원 검사 결과서까지 포함됐다. 오스트리아에선 이 전자우편 발송일 전 27일 동안 ‘한국 박쥐’ 한 마리를 위해 박쥐구조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의 협력망이 꾸려졌다. 각 기관 실무자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었다. 한국 쪽에서 우려할 수 있는 검역·질병·안전성 문제를 하나씩 선제적으로 해소하려 한 흔적이 선명했다.
한국에서 전자우편을 받은 기관들 가운데 생명다양성재단만이 유일하게 송환을 돕겠다고 나섰다. 생명다양성재단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한국 박쥐라도 송환은 절대 불가”였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한국 박쥐로 확인되더라도 현행 법령상 송환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해당 박쥐를 ‘수입’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간) 수출허가서가 필요하고, 이와 함께 △양국이 검역서식을 협의해야 하며 △코라를 보호 중인 박쥐구조센터를 사육시설로 한국 정부에 등록해야 하고 △한국 정부 담당자가 현지 센터를 실사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생명다양성재단은 “‘의도치 않게 탑승한 상황인데 수출허가서를 어떻게 구비하느냐’ ‘밀렵꾼이 한국 야생동물을 밀반출한 경우에도 다시 ‘수입’해야 하느냐’와 같은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은 ‘법령에 예외 사례는 나와 있지 않다’는 말뿐이었다”고 전했다.

속이 빈 나무토막 위에 선 코라의 새끼가 한쪽 날개를 반쯤 펼친 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막 태어난 코라의 새끼들이 눈을 감은 채 검은 장갑 위에 있다. 털도 거의 나지 않은 분홍빛 피부에는 잔주름이 잡혀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심지어 환경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자생종이라 해도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이뤄진 오스트리아 소방당국의 포획 자체가 불법일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내놨다.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한국 야생동물 보호 자체보다 지나치게 경직된 법 해석 속에서 절차와 서류만 강조했다. 우리 재단은 직무유기라고 판단해 고발까지 검토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야생동물이 자신의 서식지로 돌아가는 길을 막는다는 사실은 답답하면서도 깊은 아이러니입니다. 동행 비용까지 포함해 코라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구조센터 기부금으로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던 터라,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송환 논의 때 한국 쪽과 소통을 맡았던 림 누이우아 활동가(빈 대학교 생물다양성연구학 박사과정 연구원)는 2026년 4월11일 한겨레21과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송환 여부를 두고 한국 정부와 생명다양성재단이 씨름하던 사이, 코라는 잘 회복해갔고, 오스트리아 연구진은 정밀 분석을 이어갔다. 그런데 2025년 7월14일 혈액 시료를 이용한 디엔에이(DNA) 바코딩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코라는 한국 자생종 ‘집박쥐’가 아니라, 유럽에 널리 분포하는 ‘작은집박쥐’였다. 두 종은 생김새가 비슷해 전문가라 해도 육안만으로는 구별이 쉽지 않다. 뒤늦게 항공기 이동 경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코라는 인천에서 빈으로 오기 전 노르웨이 오슬로공항에서 화물기에 올라탔다가 다시 인천에서 빈으로 가는 화물기에 탔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행 거리가 8290㎞가 아니라 7760㎞를 더한 1만6050㎞나 됐던 것이다.
코라의 한국 송환 논의도 더 이어질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한 마리 야생동물의 귀환 앞에서 한국 정부가 내세운 경직된 법 해석과 행정 편의주의가 이미 낱낱이 드러난 뒤였다.
“우리는 이 박쥐에게 코라(Cora)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처음엔 한국에서 온 박쥐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꼭 전하고 싶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코라는 최근 두 마리 새끼를 낳았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그 먼 거리를 버텨낸 셈이지요. 코라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습니다.” 2025년 7월17일 누이우아 연구원은 생명다양성재단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홍 담요 속에 코라 가족이 누워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사람 손등 위에 올라선 코라의 어린 새끼가 몸을 낮춰 엎드리고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코라와 두 새끼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노르웨이로 돌아갔을까. 2026년 4월 한겨레21은 세 차례에 걸친 전자우편을 통해 카타리나 라이베체더 대표와 림 누이우아 연구원에게 소식을 구했다.
박쥐구조센터는 코라 가족의 노르웨이 송환도 검토했지만, 운송과 행정 승인 절차가 적어도 그해 12월 이후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코라의 새끼들이 야생에서 먹이 사냥을 익힐 시기를 놓칠 수 있었다. 늦가을이 지나면 보금자리 공동체(Maternity Colony)2에 합류해 안정적으로 자랄 가능성도 작아진다. 결국 코라 가족은 2025년 9월3일 저녁, 오스트리아의 작은집박쥐 서식지로 함께 돌아갔다. 기존 번식 집단과 합류할 가능성이 있고, 새끼들이 다른 박쥐들에게 비행과 먹이 찾기를 배울 수 있는 장소를 세심하게 골랐다고 한다. 라이베체더 대표는 “코라 사건을 통해 구조시설·수의사·연구자·행정기관·국제네트워크가 힘을 모으고, 단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책임지려는 태도가 함께할 때 더 나은 해법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전한 수용, 격리, 돌봄, 재활은 대개 행정기관이 직접 맡지 않는다. 이런 실무는 전문기관과 현장 네트워크의 몫이다. 실제 코라 사건에서는 빈 공항 소방대가 최초 구조를 맡았고, 수의 당국이 법적·위생적 판단을 했으며, 쇤브룬 동물원이 첫날 밤 임시 격리 공간을 제공했다. 이후 박쥐구조센터는 장기 보호와 수유, 건강 관리, 외부 전문가 협업을 이어갔다. 누군가는 밤늦게 전화를 받고, 누군가는 격리 공간을 내주고, 누군가는 검사비를 마련하고, 누군가는 다른 나라 연구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야 했다. 코라를 살린 것은 법 조항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의 연결망이었다. 라이베체더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멋지고 따뜻한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늘 감사해요. 구조한 새끼들을 발견된 장소로 돌려보냈을 때, 다른 박쥐들이 날아와 데려가는 모습을 보면 자주 눈물이 납니다. 아마 그런 비슷한 경험들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코라 가족을 위해 이토록 큰 에너지를 기꺼이 쏟아준 것 아닐까요.”
노르웨이 송환이 끝내 무산된 과정에서 드러나듯, 코라 사건은 국제 야생동물 보호 체계의 빈틈도 보여줬다. 누이우아 연구원은 “동물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거나 의도치 않게 다른 곳으로 실려 가지만, 법적 체계는 정기적이고 문서화된 이동만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며 “살아 있는 존재의 현실은 예외와 우연으로 가득한데, 제도는 예정된 서류철 안에서만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박쥐를 연구하다보면, 생물학적으로 매우 뛰어나고 생태계에도 중요한 존재인데도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나 미신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우리 사회가 가장 약하고 자주 오해받는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번 사건으로 한 마리의 작은 동물에게도 얼마나 많은 책임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연민과 국제적 협력이 담길 수 있는지 배웠어요.”

코라를 소재로 해 제작 중인 동화책의 표지. 제목은 ‘코라의 여행…’(CORAS REISE…)이다. 표지 아래쪽에 ‘박쥐구조센터에서 다시 자연으로’(VON DER FLEDERMAUS STATION ZURÜCK IN DIE NATUR)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때로는 한 마리 박쥐가 한 나라의 법과 제도에 깊은 물음을 던진다. 박쥐구조센터는 코라의 이야기를 어린이 그림책으로 남기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작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 국경과 절차에 가로막혀서는 안 될 책임, 그리고 인간이 만든 제도가 놓치고 있는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는 표지가 완성된 단계이며, 코라를 위해 나섰던 한국 사람들의 시각과 역할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라이베체더 대표는 “야생동물 구조 사례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품고 있어도 전문 영역 안에서만 알려지고, 더 넓은 대중에게는 쉽게 닿지 못한다”며 “이번 한국 보도를 계기로 코라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1. 박쥐는 앞다리가 날개로 바뀐 동물이다. 몸길이보다 팔뚝 길이를 표준적인 몸 크기 지표로 쓴다. 코라처럼 팔뚝 길이 30㎜ 안팎의 작은집박쥐나 집박쥐는 손바닥 위에 올라올 만큼 작지만, ‘황금박쥐’로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 대형 박쥐인 붉은박쥐(관박쥐류)는 팔뚝 길이가 50~60㎜로 훨씬 크다. 다섯째 손가락 길이는 날개의 폭과 형태를 보여줘 비행 방식과 종 식별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2. 보통 늦봄부터 여름 사이 임신한 암컷들이 한곳에 모여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고 함께 돌보는 번식 집단이다. 체온 유지와 포식자 회피, 먹이 정보 공유에 유리하다. 새끼들이 독립하는 가을 무렵이면 규모가 줄거나 해체된다.

2025년 6월 ‘작은집박쥐’ 코라가 장갑 낀 손등 위에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다. 작고 검은 눈을 반짝이며 정면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고, 짧은 주둥이 끝에 오밀조밀한 콧구멍이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장갑 끝에 걸터앉은 코라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박쥐구조센터 제공

오스트리아 빈의 박쥐구조센터 대표인 카타리나 라이베체더. 박쥐구조센터 제공

림 누이우아 활동가. 박쥐구조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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