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떤 요리의 조리법이다.
<font color="#008ABD">재료
□200g, 마늘 4톨, 간장 반큰술, 올리브유, 소금, 후추, 레몬 1개
조리법
1. □은/는 두껍지 않아야 한다.
2. 후추와 올리브유를 뿌려 상온에 1시간 둔다.
3. ‘간장 + 물 4컵 + 마늘’을 8분 끓인다. 끓인 뒤 곱게 믹서에 갈아 체에 밭친다. 거른 액을 조려 걸쭉하게 한다. 밀가루 1작은술을 넣어 농도를 짙게 해도 좋다.
4. □은/는 센 불에 앞뒤로 익힌 뒤, 약한 불에 천천히 속까지 익힌다.
5. 레몬즙과 소스를 □위에 뿌려낸다. (박찬일 요리사 제공) </font>
밤 11시15분 얼큰히 취해 가스렌지 불을 켰다. 소스를 만들고 난 뒤 프라이팬을 달궜다. 미리 사둔 □ 300g 포장지를 뜯었다. 150g을 꺼내 열 오른 프라이팬에 올렸다. 치익! 고소한 냄새가 주방을 채웠다.
노릇하게 익은 □와/과 간장소스의 검은색이 제법 어울렸다.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지나간 뒤 마늘의 매콤함이 비린 맛을 잡았다. 기분 좋은 두 맛이 차례로 지나갔다. 평일 서울 광화문 길가에서 예전에 기르다 가출한 고양이 두 마리를 잇달아 마주친 기분이랄까. 고양이와는 대화할 수 없는 것처럼, 뭔가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었다.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퀴즈를 낼 차례다.
<font color="#008ABD"> 위 조리법의 □ 안에 들어갈 말은?
①세상을 뜨는 새 ②입속의 검은잎 ③돼지 등심 ④애마 부인의 말고기 ⑤개구리 뒷다리</font>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모두 ③을 찍었겠지만 돼지 300만 마리 이상이 포클레인에 짓이겨진 채 땅속에 파묻히는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정상적인 사고력이 땅속에 파묻힌다 해도 이상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혹시 독자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 있다면 구제역 사태에 눈돌리기 더 어려울 것 같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는 1920년대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이탈리아가 광적인 무솔리니 지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시절이다. 전쟁을 경멸하면서 “파시스트보다 돼지가 나아”라고 내뱉는 주인공 ‘포르코 로소’(말그대로 붉은 돼지)의 팬이라면, 구제역으로 땅에 파묻힌 새끼 돼지의 명복을 한번이라도 빌어본 경험이 있을 게다.
파시즘에 대해 숱한 사회과학적 정의가 있다. ‘오직 증오에 기반한 정치’라는 정의도 가능하지 않을까, 간장소스 돼지 등심을 우적거리며 나는 생각했다. 구제역 대책보다 희생양 삼을 ‘바이러스 전파 범죄자’를 찾으려 부정확한 정보를 흘리는 누군가가 오버랩된다. 파시스트가 사람들 사이에 증오를 퍼뜨릴 때 돼지고기는 포만감을 주어왔다. 그랬던 돼지들이 죽어간다.
(하루키의 어법을 빌자면)세상에는 참 많은 동물이 있다. 만약 좋은 동물과 나쁜 동물이라는 게 있다면, 돼지는 그렇게 나쁜 동물은 아니었다.
고나무 기자 한겨레 정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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