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가수들
대세는 아이유(IU)다. 동덕여고 2학년이고 키는 162cm, 몸무게는 43kg이며 1993년 5월16일생으로 이제 생일이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열여덟 살의 소녀, ‘3단 고음’에 ‘3단 애교’까지 갖춘 기타 치는 소녀, 핫팬츠를 입고 ‘너 때문에 미쳐’를 외치는 대신 A라인으로 떨어지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오빠가 좋은걸’을 외치는 소녀가 아이유다. ‘아이돌 천국’이나 다름없는 요즘, 마이크를 들고 조용히 무대에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 여자아이가 왜 이토록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걸까? 아이유는 여고생답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절반 이상이 중학생이고 고등학생이지만 그들의 행동과 표정, 노래는 세상을 다 아는 것 같은 ‘가짜 어른’이다. 반면 아이유는 10대 소녀의 얼굴로 웃는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거나(‘너를 떠올릴 때면 얼굴이 새빨개지는 아이인걸’) 설레거나(‘있잖아 왠지 두근두근 가슴이 떨려’) 서투르게 고백한다(‘지워버린 척 딴 얘길 시작할까 아무 말 못하게 입 맞출까’).
1987년 12월 열일곱 살의 나이에 로 데뷔한 이지연은 ‘여자 아이돌의 조상’쯤 되는 1980년대 대표적 여고생 가수이자 하이틴 스타다. 10대 아이돌 스타의 원년이라고 할 만한 1988년에 이지연뿐 아니라 안혜지, 김보미 등 여고생 가수가 대거 등장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지연은 당시 여고생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지금의 여고생이 ‘발랄함’의 대명사라면, 당시 여고생은 ‘청순함’의 대명사였다. 이지연은 가지런한 생머리를 하고 가냘픈 목소리로 사랑의 아픔을 얘기했고(‘잊어야 하는 마음을 가을비는 아는 듯이 내게 찾아와 조용히 손짓을 하네’) 혼란스러운 마음을 전했고(‘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 조금 더 기다려’) 첫사랑을 노래했다(‘나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을 알았지요’).
아이유와 이지연은 각각 그 시대의 ‘여고생다움’을 내세워 성공했다. 이들이 보여준 ‘여고생다움’은 때로 허벅지를 드러내고 추는 춤이나 성인가요를 부르는 간드러진 목소리보다 더 섹시하다.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수줍은 소녀’에게 가장 끌리는 심리랄까. 이들을 ‘여고생 가수’라고 부른 순간부터 이들의 인기는 예정돼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끝이 아니다. 놀라지 마시라. 아이유의 본명이 이지은이다. 수직이론의 첫 번째 법칙, ‘이’씨 성을 갖고 ‘지’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여고생 가수는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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