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기름·나무껍질 이용하는 자연치유법도 특효
브라질 아마존에 있는 타파조 국립공원 안의 인디언 커뮤니티 자마라쿠아(Jamaracua)에 온 지 10일이 넘어갈 무렵부터 머리가 간지러웠다. 그리고 나의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이 와버렸다. 내 머릿속에 다른 생명체들이 둥지를 틀고 자손을 번창시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간지러움이 단순한 더러움과 열기의 복합작용이기를 그렇게 바랐건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하루에 5번씩 독한 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내 머리는 뻣뻣한 빗자루가 됐고, 그사이 머릿속을 방황하며 돌아다니는 생명체의 움직임이 줄어들었을 거라… 믿고 싶었다. 일생에 한 번 삭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소코로 아줌마(우리가 한 달간 함께 지낸 인디언 가족의 엄마)는 금세 내가 이 소유자임을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그녀의 딸들이 우리에게 이를 옮겼던 것이다. 아침부터 그녀는 내 머리를 붙들고 ‘이 퇴치 작전’에 돌입했다. 우선 머리 전체에 안디로바라는, 아마존에서 나는 식물의 천연기름을 바르고 식칼로 한꺼번에 여러 알을 빼내며 이 제거에 ‘장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나의 인생 동무 다리오를 위해서는 조금 더 강력한 방식이 준비돼 있었다.
그날 오후 소코로 아줌마는 대뜸 그의 머리에 휘발유를 뿌리기 시작했고 생명체들은 우수수 머리에서 떨어지는 투신자살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알을 전부 죽이지는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다리오는 유난히 알이 많은 귀 뒷부분의 머리를 다 밀어버렸다. 지금에 와서는 패셔너블해 보이지만 사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이의 알들을 제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휘발유 체험이었다.
다음날 아마존이라고는 믿기 힘든 백사장이 있는 강가에서 프리스비를 던지며 놀았다. 그날 다리오는 드디어 아마존에 온 날부터 그렇게 기다렸던(?) 라야(Raya)- 촉수에 독을 가진 민물 가오리- 를 느꼈다. 엄살 제로의 다리오는 태연하게 라야에 발바닥을 찔렸다고 말했고 걱정 말라며 오히려 나를 안정시켰다. 열 걸음이나 걸었을까?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독을 느끼며 다리오가 주저앉았다. 다행히 때마침 강을 지나가는 다른 부락 인디언 가족의 배를 발견하고 불러세웠다. 여덟 살이나 먹었을 듯한 선주 인디오의 아들은 배가 땅에 닿기도 전에 헤엄쳐 달려가 소코로 아줌마 가족에게 다리오의 상황을 전했다.
라야에 찔렸을 때 대처법1.아마존식- 신선한 닭똥을 붙인다. 양파를 갈아 휘발유에 섞어 상처에 바른다.
2.미국식(캘리포니아)- 레몬즙을 따뜻한 물에 타서 상처 부위를 담근다.
3.한국식- 된장을 바른다(아마존에서는 불가능).
이곳은 아마존이므로 아마존 방식대로 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평소 그렇게 신경을 날카롭게 하며 싸돌아다니던 닭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부터 닭을 붙잡고 똥을 싸길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아줌마는 임시방편으로 휘발유를 상처 부위에 뿌렸다. 다리오는 이 상황에서 비장의 4번, 스페인식 대처법을 제시했다(술에 취해 현실을 잊는 것).
“가서 카샤사(사탕수수로 만든 브라질의 술) 한 병만 가져와!” 반 리터를 숨도 안 쉬고 마신 다리오에게 동네 아저씨가 정글에서 귀하게 전해지는 나무껍질을 가져와 가루를 내어 담배와 피우게 했다. 아마존식 천연마취제였다. 그 마을 인디언들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아플 때 이 가루를 담배와 함께 피웠다고 했다. 다리오는 혼자 술에 취해, 나무껍질에 취해 행복해했다. 라야에 찔린 것도 잊은 채 2시간 뒤 그는 동네 아이들과 맨발로 축구를 했다.
지와 다리오 ‘배꼽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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