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SBS 제공
큰일이다. 충성으로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가 주말 연속극 하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로 사기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다(김제동 버전). 처음 칼럼 쓸 때 자기가 엄청난 아이디어를 제공할 테니 걱정 말라며 설레발치던 언니 탓이다. 되돌아, 누가 나를 이 드라마의 늪으로 끌어들였는가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 틀림없이 그 인간이다. 불과 17개월 먼저 태어난 주제에 어릴 때부터 정확히 명치를 가격하는 기술을 익혀 ‘언니’라고 부르지 않으면 바로 스트레이트를 날려주던. 등에 욕창이 생길 지경까지 바닥에 낮게 엎드린 포복 자세(일명 ‘본좌테순’ 자세)를 잃지 않으시며, 1년치 편성 확정 드라마 라인업을 꿰고 계시고, 새 드라마가 시작하기도 전에 홈페이지에서 기획의도와 등장인물 마스터로 군불 지피시는 위인도 바로 이분. 우리 둘은 서로 드라마 닥본사, 대본 공모 헛바람 넣기, 1분 안에 50채널 돌려 프로그램 내용 파악하기 신공 등 각종 경합에서 지칠 줄 모르고 겨뤄온, 김씨 집안의 연아와 아사다쯤 되시겠다.
이런 김자매 롤모델이 있다면 바로 ‘홍자매님’. 흥행의 보증수표라는 홍정은·홍미란 작가( 의 작은 홍자매)가 아니라 ()의 홍진아·홍자람 작가님(큰 홍자매) 말이다. 유명한 자매 작가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홍씨’라, 이 네 분이 모두 자매님인가 하고 그야말로 혀 내둘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흥행작을 쓰신 작은 홍자매가 많이 알려졌다 보니 “아니 웃기고 밝은 것만 잘 쓰는 게 아니라 같이 진지한 것도 잘 쓰는군!” 하는 오해도 곧잘 하지 않나 싶다.
물론 나 또한 작은 홍자매를 무척 좋아하고, 전 국민이 빵 굽는 탁구에 열광하는 이때 를 챙겨 본다. 하지만 큰 홍자매 드라마는, 시작 전에는 떨리고, 본방 사수를 사명으로 느끼게 하며, 종영한 뒤에도 폐인이었음을 자랑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만약 진짜 드라마를 쓰게 된다면 이 자매 같은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을 가지게 되었다. 롤모델은 사실 말이 안 되고, 그 작품들을 통해 귀한 의미들을 배웠으니 스승이라는 편이 더 맞을지도. 무지개 너머 무엇이 있는지 계속 찾는 것 자체가 의미라는 거(), 그리고 “뜨려고 하면 가라앉는다, 그게 수영의 기초”라고 가르쳐줬던 까지.
“의 국가대표팀이나 의 오케스트라처럼 독특한 집단을 찾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목표가 확실한 사람들에 대해 쓰겠다”던 인터뷰를 보고 나서, 나는 지금도 다음 교시를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덧붙여 남의 지면을 빌려 사심을 드러내자면, 그런 드라마의 취재 대상이 되는 그 ‘사람들’이 되고 싶다는(언젠가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언감생심이라니까!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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