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문세가 아니라 빅뱅 노래이고, 이 최성원 노래가 아니라 성시경 노래라고 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럴 때가 되었지 이해하면서도 놀라게 된다. 며칠 전 지식검색 사이트에서 “드라마에서 배두나 이름이 왜 글로리아인가요”라는 질문을 보았을 때도 그랬다. 아니, 얘들은 그럼 디스코의 명곡 를 모른단 말이야? 그런가 보다. 인터넷에 드라마 때문에 새로 만든 노래로 알고 있는 청소년들의 글이 가득한 걸 보니. 하긴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세상을 뜬 지도 이미 6년이니.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주말 저녁 8시가 기다려진다. 변두리 나이트클럽, 촌스러운 무대명 글로리아, 흘러간 노래… 여기에 어떤 역을 해도 ‘의외의 캐스팅’인 배두나의 특별한 매력이 더해져, 묘한 불균형이 즐겁기만 하다.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 가방을 보관하며 사는 나진진(배두나)이 “감옥에 가더라도 전세방 보증금 천만원은 합의금으로 못 준다”고 악을 쓰거나 “언니가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을 수 없다”고 할 때(그는 어릴 때부터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든 언니를 돌보며 살고 있다), 너무 전형적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코끝이 찡해졌다. 자타 공인 ‘꼴통’ 하동아(이천희)가 아무 생각 없이 건들거리다가 툭 던지는 한마디, “다음번엔 (자살) 성공하길 빌게요”에는 확 깼다. 그러고 나니, 노래 부르고 싶다는 친구 진진에게 던지는 대사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도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악다구니와 꼴통 친구 조합이 풀어놓는 투박하면서도 절절한 우정이 정겹고 슬프다. 언뜻 보기에도 별거 아닌 나이트클럽을 “내 무대”라며 혼자 진지한 사장님이나 동네 뒷산에 가서 광고 전단 사진을 찍는다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하고 달려오는 밤무대 사회자와 기타리스트 아저씨, 그 앞에서 떡볶이를 파는 욕쟁이 아줌마, 모두 친숙하고 반갑다.
그런데 우리의 나진진이 ‘떠오르는 혜성’이 되어 나이트클럽 ‘추억 속으로’를 떠나면 어쩌나, 기획 의도는 어디까지나 ‘의도’에 그치고 결국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재벌가 서자와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주인공의 멜로드라마로 끝나면 어쩌나, 불안을 떨치기는 어렵다. 가난한 이들의 삶을 묘사하는 것은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을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해나 공감은커녕 어쩌면 ‘체험’한다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루 6300원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어느 국회의원이 올렸다는 ‘황제의 식사’ 소감문처럼.
하지만 이나 처럼, 구질구질 과장하지 않으면서 드러내고, 담담히 뒤를 돌아보게 하고, 오래오래 마음속에 남는 좋은 선례도 있다. 그래서 를 들으면(그게 로라 브래니건 노래면 어떻고 원래 배두나 노래인 줄 알면 또 어떻겠는가) “다시 서는 거야~”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날을, 기다려본다(사실은 벌써 흥얼거리고 있다).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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