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준 상유,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난 그저 단순하고 명료한 원칙, 이 사랑하는 드라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을 뿐이오. 그것이 잘못이오? 하긴 ‘성스 중독’이라는 굴레를 씌운 건 고약한 드라마의 세계지만 그걸 벗는 건 내 몫이니, 이제 내 과녁 앞으로 돌아가 내 화살을 바로 펴야 하겠지. 누구도 구부러진 화살로는 결코 과녁을 쏠 수 없다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더 되짚어봐야 하는 사이잖아?
어차피 드라마일 뿐이야, 드라마는 언젠가 다 끝나…. 이렇게 너무 멋진 척하느라 힘 빼지 않을 거야. 연장방송이나 시즌2는 욕심이라고? 욕심내지 않는 척, 그리고 이런 사사로운 마음 따위에는 흔들리지 않는 척할 필요는 없어.
“계집에겐 관원의 자격이 없다 하셨습니까? 헌데, 스승님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 나라 조선은 왜 이 모양일까요? 관원의 자격을 가진 사내들이 쭉 만들어왔는데 말입니다.” 텔레비전에서 이런 가슴 후련한 대사를 치는 여주인공을 만난 것이 처음이라 표현할 방법을 몰랐을 뿐, 내게 어린 벗이 생긴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윤희야.
“성균관의 문은 궁전이 아니라 조선에서 가장 천하게 대우받던 반촌을 향해 있다”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고 하던 사형, 그런데 그렇게 자꾸 따라 하다 보면 저도 버릇될 수 있는 겁니까? 이제 제 숭배 명단에 들어오셨으니 제 눈앞에 꼭 붙어 계셔야 합니다. 그냥 머릿수 채우는 걸로는 안 돼요.
지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고,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돼 있다지만, 스승님,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 이 부정한 세상에서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한 스스로에 대한 분노… 이런 분노만 느낀 지 오래됐는데, 도대체 그걸 배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 가르쳐주시렵니까? 아, 맞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뒤처져 있는 한심하고 무능하고 초라한 제 자신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큰 재능이 없다고 하셨지.
이번주가 지나면 끝이라고 했나? 끝 같은 건 없어. 매일매일 조금씩 생각해서 새로 시작할 테니까. 그렇게 나는 이 시간들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오. 나를 비추어보던 젊은 그들의 마음을. 그럼 어쩌면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거 같거든.
이렇게 내내 덤벙거리는 건 정해진 원고 분량이 적어서나 글솜씨가 부족해서가 아니야. 내 마음이 넘쳐서지. 자, 이제 약속해주십시오. 혹 시간에 쫓겨 혹은 피로의 무게 또는 시청률의 압박으로, 마지막 남은 두 회 동안 이 귀한 벗들의 허물이 보여 아주 조금의 실망을 주더라도, 그 벌은 그들이 아니라 두 달 내내 닥치고 그들을 찬양만 한 저에게만 내리신다고.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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