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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외

등록 2010-08-04 16:44 수정 2020-05-03 04:26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최영준 지음, 한길사(031-955-2000) 펴냄, 1만8천원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지리학자 최영준 고려대 명예교수는 20년 전 강원도 춘천시 홍천강변에 집 한 채를 마련해, 주중에는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과 방학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 20년 동안 최 교수가 쓴 일기를 묶어낸 이 책에는 농촌 생활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최 교수는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한다. “도시 생활을 하던 사람이 농토를 소유하고자 한다면 우선 땅을 사랑해야 하고 작물을 가꿀 체력이 있어야 하며… 농촌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TV 시청이나 요란한 음률 등 도시적인 오락 없이도 무료하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최 교수에게도 농촌 생활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도시 사람에 대한 지역 주민의 경계심도 이겨내야 했고 농사법을 기초부터 배워야 했다. 첫 10년은 농사의 기본기를 배우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가 힘들게 깨달은 농사와 노동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노동을 통해 무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노동은 신성하다.”

최 교수가 터를 잡을 때만 해도 홍천강변은 가장 발전이 더디고 개발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곳도 최근 개발 바람을 피해가진 못했다. 최 교수가 홍천강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린 조감도와 고속도로가 산 중간을 가로지르는 현재의 지도를 비교해보면 산천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지리학자의 면밀한 분석력으로 개발 정책을 비판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가족과 지인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아들과 함께 고추 모를 심는 작업을 하거나 동료 교수에게 수확한 무를 선물하거나 세배 오는 제자들에게 땅콩을 주는 장면은 훈훈하고 정감 어리다. “부당하게 내 것을 빼앗으려는 자에게는 단호하게 지키되, 도움을 구하는 선한 이들에게는 망설임 없이 주자.” 최 교수의 다짐이다.

〈기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기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기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로저 서로우, 스코트 길맨 지음, 이순주 옮김, 에이지21(02-6933-6501) 펴냄, 1만8천원

모든 것이 넘쳐난다. 풍요의 시대. 그러나 세계의 한구석에서는 하루 2만5천 명에 이르는 사람이 기아나 영양실조 등으로 죽어간다. 끔찍한 수치다.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이들은 에이즈나 말라리아로 죽는 이들보다 많다. 두 저자는 기아가 단순히 가뭄 등 자연재해나 전쟁, 부패한 지도자 때문에 일어나는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잘못된 정책의 결과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기아 문제에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막강한 집단에 맞서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대한민국 마을여행〉

〈대한민국 마을여행〉

〈대한민국 마을여행〉
이병학 지음, 컬처그라퍼(02-745-0631) 펴냄, 1만3천원

여행은 때때로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한다. 아끼고 모은 몇 달 혹은 몇 년의 여행 자금을 며칠 만에 실컷 쓰면서 여행자는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책은 소비의 여행을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2년 동안 전국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그곳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았다. 그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존중하고 체험하면서 여행에 쓰는 경비를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하는 방식의 여행, 말하자면 한국식 마을 공정여행이다. 마을여행이라니, 그 이름도 참 예뻐라.


〈영원의 아이〉

〈영원의 아이〉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02-518-0427) 펴냄, 상권 1만7천원, 하권 1만8천원

학대의 상처를 온몸에 짊어지고 있는 아이, 유키·쇼이치로·료헤이 세 주인공은 그런 아이들이었다. 비명처럼 아픈 이들의 성장은 불행히도 비극적이다. 소설은 이들이 자란 뒤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미스터리 방식에 기대 아픔이 고통을 낳고 고통이 괴로움을 낳는 잔인한 악순환을 그린다. 아동학대와 가족 붕괴를 소재로 삼고 미스터리 방식에 기대 사건을 전개한다. 소재와 전개 방식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찌릿찌릿한 통각이 글 전체를 이끈다.


〈친밀한 적〉

〈친밀한 적〉

〈친밀한 적〉
김현미 외 5인 지음, 이후(02-3141-9643) 펴냄, 1만5천원

6명의 저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금융위기, 이주산업의 성장, 국지전 증가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조망함과 동시에 초국적 자본과 금융 네트워크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부제는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다. 부제에 걸맞게 저자들은 인간의 몸을 파편화·상품화하는 생명공학과 의료기술, 외면부터 내면까지 관리와 경영의 대상이 된 현실 등 ‘친밀한’ 일상이 된 신자유주의로 시선을 다시 모은다. 그들의 문맥에 ‘적’이 된 신자유주의식 문화 논리의 일상적 끔찍함이 서려 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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