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1만5천원
‘김혜리가 만난 사람 시즌2’가 책으로 묶였다. 영화주간지 에 한 달에 한 번씩 연재된 인터뷰 꼭지다. ‘시즌1’은 로 재작년 묶여 나왔다. ‘시즌2’를 묶은 책의 제목은 이다.
흉흉한 시국이 연관된 것일까. 시즌2에서는 유독 영화 밖 인물이 많다. 의 날카로운 클로징 멘트로 유명한 신경민 앵커는, 만날 때쯤 앵커 교체 풍문이 돌았다(인터뷰 석 달 뒤 물러났다). MC 김제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의 사회를 봤다가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유시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세상으로 끌려나왔다. 세 명 모두 복잡한 심중을 밝히는 인물로 김혜리를 선택했다.
시간을 내는 데 까다롭던 배우들도 김혜리를 만났다. 고현정은 , 김명민은 드라마 를 끝낸 뒤 만났다. 고현정은 인터뷰를 이렇게 표현했다. “난 있는 힘껏 집중해서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배려가 집중력을 더 높여줬다. 나의 마구잡이 단어 나열이 정돈되면서 반듯반듯해졌고, 마치 내가 생각이 깊은 인간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뉴스의 중심이 된 때에 만났어도, 김혜리는 인터뷰이의 생애 전체를 질문한다. 인터뷰이의 모든 저작과 관련 기사를 샅샅이 훑으며 철저하게 인터뷰를 준비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는 인터뷰이를 진심만 쏟아내는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만화가 최규석, 문화평론가 신형철 등 필자도 인터뷰이에 포함됐는데, 그 긴 글을 읽고 나니 친해진 듯한 느낌이다.
김혜리는 자신을 인터뷰해서 서문을 마련했다. 첫 번째 질문이 왜 이런 인터뷰를 계속하느냐다. “사람들은 저마다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가벼운 비밀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사회를 대면하는 공적인 얼굴과 무덤까지 안고 갈 내밀한 의식 사이에 있는 미묘한 중간지대입니다.” 인간을 알리바이로 한 추리소설, 그 긴장감이 인터뷰이를 대할 때마다 두근거렸던 이유인가 보다.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사이언스북스(02-517-4263) 펴냄, 4만3천원
다윈은 여성을 모성과 묶어 ‘본성’으로 완성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인, 성적으로 수줍은 여성과 자기희생적 모성을 그대로 진화론에 투영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책에서 ‘자기희생적인 모성’이 실제 자연세계에서는 특수한 경우임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생애 첫해에 애착을 박탈당하면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는 ‘애착 이론’ 역시 현대적 이론일 뿐이라고 말한다.
카너 폴리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02-333-3110) 펴냄, 1만5천원
국제앰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한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주의 이면의 문제를 제기한다. 군사적 행동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인도주의 단체’가 침략주의의 선봉이 돼가고 있다. 1990년대 인도주의 활동이 확대되었고 인도주의 기구는 구호품 배급자로서 준공무원으로 활동한다. 보건·교육·복지 행정까지 도맡는 이들도 있다. 19세기 제국주의의 선봉 ‘선교’와 비슷해지고 있다.
도정일·박원순 외 지음, 휴머니스트(02-335-4422) 펴냄, 1만7천원
에서 진행한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을 책으로 묶었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점, 깨어 있는 ‘시민’이 이 위기를 구하리라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특강이다. 김상봉, 김종철, 김찬호, 도정일, 박명림, 박원순, 오연호, 우석훈, 정희진, 진중권, 한홍구, 홍성욱 등이 역사, 여성, 소수자, 법, 사회참여, 경제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구하기에 나섰다.
로익 바캉 지음, 류재화 옮김, 시사IN북(02-3700-3275) 펴냄, 1만2천원
1990년대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톨레랑스 제로’의 정책을 폈다. “범죄의 가장 확실한 발생 원인은 죄인 그 자신이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책은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강경한 형벌 정책이 부상하면서 이루어진 감옥의 팽창을 분석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빈곤이 팽창한 결과다. 국가는 사회보장 문제를 외면하고 그 책임을 도시 외곽의 가난한 자들에게 지워 벌하는 것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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