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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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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에게 한 표 던지고 싶다



‘소녀시대’ 따라잡기 하더니 <루팡>으로 맞짱 선언…

‘딱 중간’ 학생들의 친밀감으로 무장하고 걸그룹 ‘양강 체제’ 열어
등록 2010-05-06 21:07 수정 2020-05-03 04:26
‘생계형 아이돌’로 불렸던 카라는 어느새 걸그룹의 강자로 떠올랐다. DSP엔터테인먼트 제공

‘생계형 아이돌’로 불렸던 카라는 어느새 걸그룹의 강자로 떠올랐다. DSP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한국판 길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는 ‘카라’의 최신 곡 (Lupin)을 듣다가 문득 걸그룹 세력 판도가 ‘소녀시대’와 ‘카라’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2의 ‘핑클’로 촉망받은 걸그룹이었지만 데뷔 초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 2009년 , 로 급부상한 카라. 소녀시대와 비교해보면 뭔가 2% 부족한 듯한 그녀들이지만 의 상승세는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의 기세를 찌를 분위기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2009년 이후 소녀시대의 신곡이 먼저 빅 히트를 치고 나면 카라의 신곡이 여지없이 뒤를 따랐다. 2009년 걸그룹의 전성시대를 연 (Gee)가 수록된 미니앨범이 1월15일에 발매됐고 카라의 빅 히트곡 가 수록된 미니앨범은 한 달 뒤인 2월12일에 발표됐다. 소녀시대의 가 2009년 6월29일에 발표된 뒤, 카라의 는 역시 한 달 뒤인 7월30일에 발표됐다. 신곡의 소개 시점으로만 보면 카라는 소녀시대의 활동 시기보다 한 달 정도 늦게 따라가면서 인기도 1등 걸그룹의 직격탄을 피하고 그 열기는 이어받는 식의 활동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카라의 앨범 출시 방식은 달랐다. 선수를 친 것이다. 카라의 미니앨범 은 지난 2월17일 출시됐고 소녀시대의 정규앨범은 3월22일에 나왔다. 물론 소녀시대의 신곡 (Oh!)가 보다 먼저 나와 떴지만 정식 앨범 발표 시점으로 보면 카라는 이제 소녀시대와 맞장을 선언한 것이다. 은 곧바로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상종가를 기록했다. 소녀시대의 , 의 순간 폭발력은 더 컸지만 지구력은 오히려 이 우세했다.

카라와 소녀시대의 라이벌 구도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 걸그룹들을 만든 DSP나 SM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아이돌 연예산업에서 전통의 양대 산맥이다. 1990년대 말 걸그룹 시대의 효시였던 ‘핑클’과 ‘SES’의 양강 구도도 이들 제작사의 산물이다. 두 그룹의 이미지도 얼핏 보면 유사하지만 자세히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소녀시대가 강남 부유층이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여피풍 이미지를 표상한다면, 카라는 강북 서민층의 털털한 이미지와 이른바 ‘딱 중간’ 학생들의 친밀감을 보여준다. 이는 DSP와 SM의 아이돌 제작 스타일의 차이이기도 하다.

현재 걸그룹의 선두주자는 단연 소녀시대다. 그러나 카라의 뒷심과 대중적 이미지는 언제든 소녀시대를 따라잡을 태세다. 멤버별로 다양한 부대활동을 펼치는 소녀시대와 달리 비교적 그룹 중심의 활동에 집중하는 카라의 내공이 언젠가 더 큰 빛을 발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활동 시기도 소녀시대보다 더 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스타일과 이미지, 음악적 수준이 가장 대중적이고 한국적인 팝을 추구한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으로 2∼3년 후에 걸그룹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나는 결코 카라 팬은 아니지만, 그녀들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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