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곰TV를 통해 공개된 총 11편의 은 아이돌 그룹이 어떤 연습 과정과 경쟁을 거쳐 데뷔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일반 대중은 그것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땀과 눈물에 공감하며 새로운 아이돌의 탄생을 예감했다. 예감은 적중했고, ‘빅뱅’은 아이돌 스타가 되었다.
빅뱅의 등장은 연예계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그 이전에 등장한 ‘H.O.T’나 ‘동방신기’ 등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의 매력은 바로 ‘옆집 동생과 같은 평범한 외모’였다. 그럼에도 끼와 재능을 맘껏 발산한 무대는 범상치 않았고, 또래 집단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또한 자신들이 깜짝 스타가 아니라 피나는 노력으로 그 자리까지 왔다는 점을 ‘리얼다큐’를 통해 증명했다. 이는 새로운 스타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 공개 오디션은 일반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빅뱅의 등장으로 우리는 새로운 아이돌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이런 빅뱅의 데뷔와 성공 스토리가 집약된 것이 2009년 출간된 (쌤앤파커스 펴냄)다. 다섯 멤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데뷔 이전 자신들의 꿈과 연습생 시절의 어려움부터 데뷔하기까지의 꿈·열정·노력·시련·인내·눈물 등을 각자의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출간된 지 두 달 만에 30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기획은 대성공이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단순 명확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여, 꿈을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갖고 노력하라. 그러면 꿈을 이룰 수 있다. 빅뱅처럼!’ 그래서일까? 이 책을 구입한 독자 중에 학부모가 많다고 한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목소리를 자신의 자녀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하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성공학이나 자기계발 담론을 많이 닮아 있다. 결국 부모들은 새로운 방식의 삶을 꿈꾸라고 아이들에게 이 책을 사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자극과 압박의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연예계에서는 ‘아이돌 고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가수로 데뷔해 아이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암시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 스타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연습생 시절의 힘든 점을 말하거나, 데뷔 뒤에도 이어지는 외국어 공부 등 빡빡한 일상을 눈물로 고백하고 있다. 물론 기획사에서 관리하는 것이지만 이는 오늘날 대다수 젊은이들의 일상과 닮아 있다. 실전 대비용이라는 것만 빼면 대학생이 취업을 대비해 스펙을 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빅뱅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양현석 대표는 ‘책머리’에서 “하버드에 가는 아이들과 기획사 연습실로 향하는 아이들 모두 존중받는 시대가 된 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공부의 신’이 아니라 ‘연예의 신’이 도래한 것은 아닐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빅뱅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강박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권경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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