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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외

등록 2010-04-16 13:39 수정 2020-05-03 04:26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제인 제이콥스 지음, 유강은 옮김, 그린비(02-702-2717) 펴냄, 3만5천원

미국 뉴욕의 모닝사이드하이츠 지역은 명문 대학이 들어선 교육 중심지다. 대학만이 아니라 공원, 놀이터 등 열린 공간도 많다. 그러나 1950년대 초반 이 거리는 험악한 슬럼으로 변했다. 시정부의 도시계획 부서는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듭했고, 이 지역에 쇼핑센터를 완비한 중산층 조합식 주택단지를 지었다. 잠깐 동안 모닝사이드하이츠는 ‘도시 구제’의 본보기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곧 훨씬 더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도시는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 쾌적해진다. 그 결과로 인간을 비워낸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건 도시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 약탈이다.”

저자는 도시를 ‘생태계’처럼 볼 것을 주문한다. 보스턴의 노스엔드 사례는 도시의 ‘자연 정화 능력’을 보여준다. 노스엔드는 유명한 슬럼가다. 정통 도시 계획의 표현을 빌리면, 타락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거대 도시다. 그 ‘명성’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런데 저자가 직접 거리를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좁은 뒷골목은 깔끔하게 정리된 벽돌 외장으로 깨끗했고, 거리는 생기가 넘쳤다. 누가 이렇게 변모시킨 것일까. 은행의 돈은 아니었다. 은행가는 말했다. “노스엔드에 돈을 대출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건축가도 아니었다. 건축가는 말했다. “거긴 에이커당 275세대가 사는 최악의 슬럼가예요.” 노스엔드에 관한 다른 통계도 있었다. 사망률, 청소년 범죄율 및 발병률, 유아사망률 등이 보스턴에서 제일 낮았다. 그래도 건축가의 결론은 이랬다. “그 사람들 참 튼튼한가 보네요. …어쨌든 거기는 재건축해야 돼요.” 그곳을 바꾼 것은 주민들 자신이었다. 주민들의 가게 수익으로, 그리고 십시일반 품앗이로 지역을 정비해나갔다.

저자는 자연과 도시, 두 종류 생태계의 근본 원칙은 동일하다고 한다. “유지를 위해 많은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도시를 만들어내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 활동이다. 1961년 저작이지만(번역본은 1993년 개정 출판된 것), 재개발로 몸살을 앓는 2010년 대한민국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불확실한 세상〉

〈불확실한 세상〉

〈불확실한 세상〉
박성민·조효제·박종현·최정규·노명우·이창익·박상표·강양구·김재영·김명진 지음, (주)사이언스북스(02-517-4263) 펴냄, 1만5천원

정치, 경제, 문화, 생태·환경, 과학기술 다섯 분야에서 시대의 열쇳말인 ‘불확실성’을 해부한다. 박성민(정치컨설팅 ‘민’ 대표)은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잠재우기는커녕 확대재생산하는 한국 정치의 무능력함이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말한다. 조효제(성공회대 교수)는 불확실성에 의해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 등 국제정치를 살핀다. 박종현(진주산업대 교수)은 경제학에서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이창익(한신대 연구교수)은 성스러움이 떠나버린 현대사회의 종교를, 김명진(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실험실 밖으로 나온 과학과 기술의 불확실성을 주제로 삼았다.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구호 옮김, 책보세(02-322-0513) 펴냄, 2만7천원

우루과이 태생의 저자는 서구의 라틴아메리카 수탈을 밝히는 데 천착해왔다. 책은 수탈자의 역사로 이루어진 세계사를 뒤집어본다. 1492년 콜럼버스의 위대한 탐험의 결과인 신대륙 발견은 원주민에게는 치명적인 재앙이었다. 수천만 명의 인구는 ‘발견’ 100년 만에 수백만 명으로 줄어든다. 무자비한 약탈과 전염병 때문이다. 좌우를 바꿔 보여주는 ‘거울’을 통해 바라본 세계사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김원영 지음, 푸른숲(031-955-1410) 펴냄, 1만2천원

김원영은 뼈가 수시로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장애인이다. 강원도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재활학교를 거쳐 서울대에 입학했고 현재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얼핏 보기에 찬란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그러나 김원영은 직설적이다. ‘천사 같은’과 ‘병신 육갑하는’ 사이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우받았는지를 폭로한다.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될 생각은 없다. 나는 야한 장애인, 뜨거운 인간이 되고자 한다.”

〈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

〈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

〈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
리민치 지음, 류현 옮김, 돌베개(031-955-5020) 펴냄, 1만8천원

저자는 미국을 이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독특한 주장을 한다. 중국의 비약적 경제 발전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을 가져오리라는 것이다. 중국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광대한 지역이다. 자본주의는 비용이 낮은 지역을 체제에 새롭게 편입시키며 유지돼왔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반주변부와 중심부 국가 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자본주의의 축적 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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