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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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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쩌리짱·노찌롱·뚱보를 척결하라?

깨알같이 따져본 ‘<무한도전> 폐지설’…예능프로는 그냥 놔두시기를 염원하나이다
등록 2010-04-15 19:22 수정 2020-05-03 04:26
〈무한도전〉. 문화방송 제공

〈무한도전〉. 문화방송 제공

200회를 앞둔 이 198회에서 멈췄다. 문화방송 노조가 정권의 문화방송 장악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기약없는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등 프로그램도 ‘장악’에서 예외는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어순화를 이유로 뭇매를 때리고, 보수세력이 에 도전한다. ‘ 폐지설’ ‘PD 교체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코미디를 코미디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에 대해 멤버들의 가상 대본을 써봤다. 편집자

코미디를 코미디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에 현실 풍자가 돋보이는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폐지설에 시달린다. 문화방송 제공

코미디를 코미디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에 현실 풍자가 돋보이는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폐지설에 시달린다. 문화방송 제공

홍철: A-Yo 독자분들. 지금 ‘ 폐지설’로 인터넷이 아주 난리가 났어요, 난리가. 프로그램 게시판과 팬 게시판엔 폐지설이 사실인지를 묻는 글로 아주 그냥 도배가 되고 있어. 어떡해. 어떡해. 폐지설이 검색어 1순위야, 1순위. 아니 우리 이 곧 200회를 앞두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인데 폐지설이 웬 말?

재석: 네, 폐지설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의 징계가 불씨가 되어서 많은 시청자 여러분께서 걱정을 하신 거죠. 방통위는 지난 2월13일 방송된 에서 나온 “너 미친놈 아니냐” “똥을 싸겠다” 등의 말이 방송에 부적합하니 자제하라는 권고 처분을 내린 것 아니겠습니까? 형돈아, 똥을 싸겠다가 뭐야. “대변을 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그랬어야지.

꾸준하고 강력한 보수단체 공격

형돈: 햇님, 말씀 잘 하셨네. 자. 그렇습니다. 방통위의 경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사실 에 대한 경고가 잦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알아서 ‘돌+아이’ ‘뚱보’ ‘쩌리짱’ 같은 캐릭터 별명을 이제 안 쓰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난 가뜩이나 캐릭터 없는데. 어쨌든 이번 권고 역시 언어 사용과 품위 유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징계 이유가 잘 납득이 안 된다는 시청자가 엄청 많아요. 제 생각에도 심의 기준이 모호한 게 아닌가 싶고요. 이렇게 자꾸 이 방통위에서 매를 맞다 보니 폐지설이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명수: 그것보다도 폐지설에 힘을 실은 게 무엇입니까? 이 정권에 밉보였다는 정황 탓 아니겠습니까? 은 와 함께 현실 풍자가 돋보이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수 세력으로부터 정권에 비판적인 ‘편파방송’이란 공격을 계속 받아왔어요. 뭐야. 예능이 만만해? 왜 우리한테만 이래? 최근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폐지나 PD·진행자의 교체가 빈번히 일어나다 보니 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란 시청자의 우려가 폐지설을 확산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pd>의 김환균 책임PD 교체처럼 의 사령탑인 김태호 PD가 교체될 것이란 ‘PD 교체설’까지 나왔쌉사리와요.

재석: 하지만 문화방송의 한 예능국 고위 인사에 따르면 “ 폐지설이나 PD 교체설은 사실무근”이랍니다. 김태호 PD도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고 폐지설을 일축했어요.

명수: 내 얘기를 끝까지 들으란 말이야! 확 그냥. 1인자면 다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지설과 PD 교체설을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최근 방송 환경이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YTN, 한국방송에 이어 문화방송까지 관제 사장이 자리를 다 꿰차면서 정부 비판 프로그램이 눈엣가시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까?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제가 민서를 키울 수 있겠습니까?

길: 명수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 폐지설 해프닝은 정권의 언론 장악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시청자가 정부 비판적 프로그램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말했다는 거 아닙니까.

준하: 길이 너 말 잘 한다. 은 그동안 다양한 에피소드와 자막을 통해 현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해왔다는 거 여러분 다 아시죠? 재개발과 철거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 ‘여드름 브레이크’편, 1980년에 퍼진 분노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좀비 특집’ 등이 대표적이랍니다. 난 잘 모르겠던데···. 어쨌든 떠들썩한 웃음 속에 날카로운 현실 비판을 담다 보니 은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보수단체가 우리를 막 공격했~어요. 지난번 문화방송 사장 후보로 나왔던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은 “ <pd> 은 편파방송”이라고 지적했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만화를 통해 에 ‘니들 그라믄 안 돼’라고 경고했~어요.

지난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홈페이지에 ‘MBC를 응징한다’는 주제의 만화를 연재했다.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지난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홈페이지에 ‘MBC를 응징한다’는 주제의 만화를 연재했다.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목소리 출연까지 규제하는 상황

재석: 자, 보수단체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말이죠. 이 “인기를 이용해 국민의 생각을 오도하고 변질시킬 위험”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얘기인데요. 정말 그렇습니까? 진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요. 민임동기 <pd> 편집국장은 “정권의 언론 장악으로 시사보도 영역은 물론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관 냄새가 나는 지금, 예능 프로그램인 가 그나마 사회 비판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덧붙여 “프로그램을 길들이려는 보수단체의 압박이 시사와 보도 영역을 넘어 예능까지 뻗치고 있다”고 방송 환경을 우려하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형돈: 햇님, 말씀 참 잘 하시네. 이래서 국민 MC인가봐. 어쨌거나 YTN이나 한국방송처럼 정권이 장악한 방송사에선 이제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나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거 아닙니까? 이런 시기에는 특히 여론의 다양성, 표현의 자유 같은 언론의 가치 대신 돈벌이나 정권 홍보가 강조됩니다. 법무부와 함께하는 , 원전 수주 특집 처럼 정부기관이나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는 프로그램들 보셨죠?

명수: 실체가 없는 블랙리스트가 떠돌며 방송인을 압박하고도 있어요. 한국방송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3일 방영된 의 내레이션을 맡은 김미화씨가 사장이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논란이 있는’ 내레이터로 지목되기도 했다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방송 노조는 “한국방송에 진정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냐”며 회사 쪽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거 아닙니까? 한국방송은 예전에도 윤도현·정관용·김제동 등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줄줄이 인기 프로그램에서 잘라버렸습니다. 제동이 얼마나 착한 앤데. 좌우지간 이젠 정권에 밉보인 인사는 ‘목소리’도 방송 출연을 금하는 분위기라 이겁니다. 이유진 사무처장은 시사보도 영역의 정부 비판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교양예능 프로그램까지 정부 간섭이 시작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요. “목소리 출연까지 규제하는 것은 결국 정권을 거스르지 말라는 협박”이라고 말하는데요. 이거 이래서 되겠습니까? 우씨!

길: 언론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알아서 기는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면 해프닝으로 끝난 폐지설이 가능성 없는 일도 아니라는 거죠. ‘각종 규제를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떨어트린 뒤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폐지한다’는 가상 시나리오가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거 아십니까?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말했습니다. “정부가 상징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교체하는 방식 등으로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고요.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건드린다면 권력 장악과 프로그램 무력화가 끝까지 왔다는 신호”라고요. 이렇게 되면 끝이에요, 끝.

없는 팍팍한 세상이 온다면…

준하: 여러분. 지난 4월5일 문화방송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건 다 아시죠? 김재철 사장이 노조 쪽에 보직 해임을 약속한 황희만 특임본부장을 결국 부사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이에요. 천안함 침몰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탄 인사 발표였다고 하더라고요. 문화방송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즉각 파업에 들어갔는데요. 지역방송 20개 지부도 파업에 참여했답니다. 문화방송 노조 연보흠 홍보국장이 말했~습니다. “정부의 언론 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문화방송마저 무너질 수 없다는 각오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걸고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요. 문화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데, 우리도 뭐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 난 소집 해제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요. 근데 나 이제 돌아왔는데 내 캐릭터인 상꼬맹이도 못 쓰게 되나? 없는 팍팍한 세상이 정말 오는 건 아니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pd></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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