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피’ 또는 웰컴씨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차화섭(33)씨는 환경주의자다. 유기농 채소를 사먹고 친환경 세제를 쓰는 정도가 아니다. 그가 지구를 아끼는 법은 지독하게 아끼는 것이다. 변기 물받이에 벽돌을 쟁여넣을 뿐 아니라 물도 잘 안 내린다. “빨래도 자주 안 해요. 샤워도 매일 하는 건 낭비죠. 그래도 엄청 냄새 나고 그렇진 않아요.” 달걀을 삶을 땐 한 번 끓고 나면 냄비째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둔다. 그러면 열이 천천히 식으면서 샛노란 완숙 달걀이 된다. 혼자 사는 가구의 가스비라야 많아야 5천원 안팎인데, 왜 이렇게 지독을 떠는 걸까? “가난하니까요.”
가난하다고 먹고사는 것도 빈약한 건 아니다. 평범한 채소,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등 별거 아닌 재료로 봄나물 샌드위치부터 명란 스파게티, 칠리채소볶음, 갈비찜, 만두까지 그럴듯한 음식으로 매 끼니를 풍족하게 먹는다. 그렇게 해도 식비는 월 10만원 정도다. 웹진 ‘풀빵닷컴’에서 6년째 ‘더블피의 뚝딱 쿠킹’이라는 요리 칼럼을 연재하며 갈고닦은 실력이다.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친절하게 레시피를 알려주는 이 칼럼의 모토는 예나 지금이나 ‘없으면 없는 대로’다. 엄격한 요리 방법을 고집하지 않는다. 채소는 있는 거 아무거나 쓰면 돼요, 라든지 고기가 없으면 두부를 넣어도 먹을 만해요, 라는 식으로 재료 한두 가지 없어도 괜찮다고 한다. 모처럼 발동한 요리 의지를 꺾지 않고 격려해주는 게 이 칼럼의 가장 큰 매력이다.
화섭씨가 처음 이 칼럼 연재를 시작할 땐 정말 가난한 자취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면접에 늦는 등 어이없는 이유로 연거푸 취업에 실패하고 나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먹고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시절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랑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먹을거리를 가지고 요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고 맛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었죠. 이렇게 저렇게 자투리 상식을 응용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내면 신기하게 맛이 나더라고요.” 그사이 칼럼이 인기를 얻어 많을 때는 동시에 연재를 네다섯 개 하기도 했다. 확실히 전보다는 생활 여건이 나아졌다. 그래도 있는 건 끝까지 다 먹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6년간 변화가 있다면 가난뱅이 내공이 늘어 초반엔 무조건 아끼고 모았다면 요즘은 이웃들과 먹을 것도 잘 나눠먹고 덜 챙겨먹는 사람들 불러서 밥도 같이 해먹는 정도?
“뭔가 사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게 싫어요. 그래서 아끼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돈이 많아지더라도 저는 계속 이렇게 살 거예요.” 돈 버느라 시간이 부족해 아무거나 사먹고, 살이 찌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물건 사고, 그 값을 치르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그러면서 에너지 사용도 많이 하고 쓰레기도 늘어나고…. 화섭씨가 생각하기에 이런 고리를 끊는 방법은 간단하다. 적게 쓰는 것. 소비를 줄이니 돈이 많이 필요 없고, 시간이 많으니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을 나갈 땐 자전거를 타니까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다. 가난하게 살면 인간도 지구도 행복해진다. 신난다! 가난뱅이 에코 라이프.
김송은 송송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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