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도 겸하는 카페 ‘사간동 9번지’. 나정원 제공
“카페나 차릴까.” 이건 대다수 직장인의 입버릇이자 영원한 로망이다. 이를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꿈을 실현한 ‘사장님’도 드물게 있지만, 로망이란 게 늘 그렇듯 잠시 동안의 즐거운 공상으로 그치는 게 보통이다. 또 더 드물게는 ‘어쩌다 보니’ 카페를 차리게 되었더라, 는 사람도 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9번지에 있는 지인들을 위한 ‘요정’식 카페 ‘사간동 9번지’의 나 마담, 나정원(30)씨가 그런 경우다.
나 마담은 몇 달 전까지 패션지 기자였다. 소설가 김연수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칼럼에 쓴 바에 따르면 여성지 기자란 짐승이 되어가는 일이다. 기습적으로 찔리면 웃는 표정으로 더 세게 상대방을 찌르는 그런 일. 나 마담이 짐승의 성정을 가지고 웃으며 남을 찔렀단 얘기는 아니다. 아무튼 10년 가까이 월간지 마감을 (야수라기보다는 가축에 가까운) 짐승처럼 치르다 보니 이게 뭐 하는 일인가 싶었단다. 나 마담 역시 여느 직장인처럼 카페나 차릴까, 그것도 제주도에, 라는 거창한 꿈을 꾸며 직장 생활의 마지막 몇 달을 견디고 사표를 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제주도 카페 로망은 로망으로 그쳤다.
회사를 그만둔 다음 이사를 해야 해서 집을 보러 다니다 사간동 9번지에 손바닥만 한 마당이 있는 한옥집을 발견했다. 혼자 얻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친구 두 명을 더 보탰다. 그렇게 들어가 살게 된 한옥집에서 늦잠을 자고 책을 읽고 손바닥만 한 하늘로 들어오는 햇볕을 쬐며 지냈다.
“어느 날, 종로구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북촌 일대 한옥 홈스테이 사업을 한다며 오라고 했어요. 가보니 제가 가장 젊은 거예요. 종로구청에서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겠다고 해서 갑자기 나라의 녹을 먹게 되었어요. 하하.” 구청의 지원으로 사업자등록을 내고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되었다. 여행할 때 알게 된 몇몇 외국인 친구들이 놀러와 몇 주씩 묵고 갔다. 그러다 밥 사먹으러 다니기 힘드니 밥도 팔라고 하고, 차도 팔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이 놀러와 밥도 먹고 차도 마시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과 같이 왔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또 다른 아는 사람을 데리고 놀러왔다. 그렇게 해서 간판도 없는 ‘사간동 9번지’는 매일 밤 예약이 꽉 차는 비밀 요정이 되었다. “장난처럼 하는 거라 가격을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직은 그냥 월세 내고 조금 남는 정도예요. 그래도 스트레스 안 받고, 낮에 한갓지게 놀다가 장 보러 가고, 저녁에 좋은 사람들 와서 어울리니까 행복해요.”
일이 이렇게 술술 풀리기만 한다면 누군들 직장을 안 때려치울까. 나 마담의 경우 ‘맘먹은 대로’ 살기로 결심하고 나니 신기하게 저절로 길이 생기더란다. 철없다 할지 모르지만 눈에 힘 빡 주고 대로로 달려가는 인생도 있고,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예쁜 오솔길로 들어서는 인생도 있는 것이다. 좀 있으면 동네 통장 선거가 있어 나가볼까 한다고. 그러면 ‘나 통장’이 되는 건가?
커피 3천원, 간장밥 3천원. 하루 숙박료 3만원, 술 마시다 자고 가면 1만원. 1인 1만5천~2만원짜리 코스를 예약하면 궁중요리를 배운 나 마담의 친구 최 마담의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김송은 송송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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