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그날그날 코디해서 입은 옷을 사진 찍어 올리는 홈페이지 ‘데일리코디’(dailycodi.com)를 운영하는 안데스씨. 2006년에 시작해 5년째 계속하고 있다. 인간도 털을 달고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사람으로선 ‘근성의 멋쟁이’라 부르고 싶은 사람이다. “옷 입는 거 목숨 걸고 좋아하고 신경 쓰는데 하루 입고 끝나는 게 아쉬워서 시작했어요. 저도 이걸 1천 회를 채울 줄은 몰랐어요.”
안데스씨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좀 특이해 보이는 패션을 지향한다. “유행은 더럽다”고 생각하고, 자기만의 심미안을 기준으로 고른 옷을 직관적으로 코디해 입는다. 몸뻬에 아저씨 티셔츠, 직접 코바늘뜨기로 만든 뾰족한 모자, 알록달록한 양말 같은 걸 조합하는 식이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의 ‘촌스러움에 대하여’란 코너에 출연했을 때 시장 상인에게 “촌스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저는 이게 정말 예쁘거든요. 시골 장터에서 만나는 할아버지·아줌마들의, 꾸미지 않았는데 조화로운 스타일이 제일 멋있어요. 저한텐 오히려 미끈한 룩이 촌스러워요.”
매일매일 다르게 코디해서 입어야 하니 옷값이 꽤 들 것 같지만, 한 벌에 1천∼2천원, 비싼 옷은 5천원 정도다. 이런 걸 어디서 구했을까 싶은 아이템이 많은데, 주로 서울 평화시장과 황학동시장을 이용한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부산 남포동 구제시장이다. “가보면 알아요. 천국이에요. 스물아홉 벌 사면 2만9천원. 하지만 부산까지 왕복 차비 들죠, 또 많이 사면 무거우니까 택배로 부쳐요. 결코 싸기 때문이 아니라, 미를 추구하느라 가는 거예요.”
안데스씨는 지난 5월 데일리코디 1천 회를 채웠다. “900회쯤 했을 때 하기 싫어졌어요. 반복되고, 옷으로 보여주는 것도 지겹고, 근데 1천 회 넘고 애정이 회복됐어요. 달리기할 때 사점을 찍은 느낌이랄까.” 1천 회 기념으로 사람들을 모아 ‘옷 입는 게 가장 쉬웠어요’란 제목으로 패션쇼를 열었다. 인형놀이하듯 옷을 입혔는데, 해보니까 자기 옷 입었을 때가 제일 예쁘더란다. 그래서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해주기로 했다고. 이렇게 입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입는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재밌는 거니까.
제일 싫어하는 말은 ‘트렌디하다’이고, 유행을 따르지 않기 위해 유행에 민감하다. 비슷해 보이는 데서 얻는 안도감 같은 것도 있지 않느냐 물으니, 오히려 똑같은 게 불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런 방식으로 하냐고요?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유전자 때문일까. 풀리지 않는 숙제예요. 쓰레기가 예뻐 보이고….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저처럼 입으면 그때 저는 이렇게 안 입을 거예요. 지금은 몸뻬 입지만 50대에는 스키니를 입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묻고 말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예술을 지향하는 거죠? “어우, 민망해. 그렇게 말하는 게 제일 촌스러워요.”
김송은 송송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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