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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룰루팔룰루 하세요

트위터에서 만담하는 인간 ‘룰루랄라’
등록 2010-07-07 14:59 수정 2020-05-03 04:26
twitter.com/ruloorala 캡처

twitter.com/ruloorala 캡처

@gayoun0113: 자가용의 반대말은? @julian451004: 큰용 @questfire: 어법상 ‘커용’인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ruloorala: 강아지 사룐가요, 고양이 사룐가요? ㅋㅋ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를 운영하는 이성민씨의 트위터는 재치 만점이다. 트위터 친구들의 트윗에 말장난으로 답하는 리트윗이 만담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올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그의 트위터에는 962명(7월 초 기준)이 폴로잉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로는 꽤 많은 수다. (청와대 트위터가 맞팔(서로 폴로) 수 1만을 자랑하는 데 비하면 미미하지만.) 트윗 수는 4천여 개. 하루 평균 35개의 트윗을 한 셈이다.

이성민씨를 만나러 카페 룰루랄라에 갔다. 트위터 열풍을 반영하듯 옆자리에는 이미 트위터 번개 모임이 한창이었다. 손님 접대로 바쁜 그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룰루랄라 왔어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조금 이따 보니 ‘칠룰루팔룰루 하세요’라는 리트윗이 올라와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트윗과 리트윗을 하는 이성민씨. 이것이 폴로어 1천 명을 이끄는 힘이로구나.

“트위터를 시작할 때 스스로를 말장난하는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농담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한잔의 룰루랄라’ 콘셉트도 만화 카페라 어울리지 않을까 했지요.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거의 농담으로 리트윗하는데, 예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우려와는 달리 트윗 친구들은 그의 만담 트윗을 즐기는 분위기다. 닭튀김 먹는다는 트윗에 ‘닭殺스런 풍경이네요’, 이 옷 입고 밀짚모자 쓰고 해변 거닐면 좋겠다는 새옷 자랑 트윗에는 ‘이제 밀짚모자와 해변만 구입하시면 되겠네요’라 추임새를 넣어주니, 그의 말장난 덕에 오히려 ‘트윗질’에 흥이 난다.

트위터를 시작하고 나서 카페 손님도 조금 늘었다. 트윗을 보고 궁금해서 찾아온 손님들은 새 메뉴 시음도 (공짜로!) 시켜주고, 간혹 찻값도 깎아주며, 손님을 일일이 기억해주는, 현실에선 지나치게 예의 바른 카페 사장님을 보고 어리둥절해하기도 한다고.

“가끔 어떤 답을 하면 재미있을까 고민도 하는데, 거의 직관적으로 바로바로 리트윗해요. 아, 그냥 직관적으로 한다고 해야 멋있겠죠? 제 만담 실력이오? 그냥 하는 건데 재미있나요?”

룰루랄라의 여름 겨냥 야심 메뉴 ‘칼피스 소다’와, 진한 에스프레소에 100% 카카오와 다크 초콜릿을 녹여 넣은 특제 ‘쪼꼬프레소’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돌아가는 길에 한마디. “그런데 저는 잘 ‘노는 인간’이 아니라 ‘놀고 있네’라고 할 만한 사람인데, 괜찮을까요?” 리트윗, “일상이 만담 트윗이군요”.

그의 추임새를 듣고 싶다면 @ruloorala로 지금 폴로잉하세요.

김송은 송송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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